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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전립선 비대증(3)|권성원<이대병원·비뇨기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최근 의학의 흐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칼을 대는 수술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순수의과의 하나인 비뇨기과학 분야에서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불과 10년 사이에 칼을 대는 수술이 절반으로 줄다시피 했다. 대부분의 수술이 칼로 재는 대신 내시경이란 광학장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의사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광학·전자공학·전산학·핵물리학 등 연관 과학의 뒷받침이 크다.
과거 순전히 진단을 위해 개발됐던 내시경이 광학의 발달에 힘입어 최근 영역을 급속히 넓혀 가고 있다.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내시경수술이 바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요도를 통한 전기절제술이다.
50년대부터 이 시술이 시작됐으나 당시에는 내시경장비들이 엉성하고 특히 조명장비가 어두워 개복수술에 밀려 보편화되는 속도가 지지 부진했다.
그러나 70년대에 와서 광섬유가 등장하고 고주파에 의한 전기절제, 응고기구가 발전하고 특히 새로운 무열광원(냉광 : Cold light source)이 개발되면서 내시경수술은 급속히 보급되고 최근에는 전립선 비대증을 개복수술 하는 것은 구시대의 방법으로 밀려나게 됐다.
미국의 경우 연간 40여만 명이, 우리나라에서는 90년 2천 예 이상의 시술이 이뤄졌고 매년 4백∼5백 건씩 증가하는 추세다. 사실 요도를 통한(경 요도) 전기절제술 또는 내시경수술이라 하면 일반인들이 종잡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요도를 통해 내시경(정확히 말하면 절제 경)을 삽입해 비대한 전립선 조직을 고주파전류가 통하는 전기 칼로 깎아 내는 것이다. 마치 호미로 당을 파내는 것을 연상하는 것이 좋겠다.
시술하는 동안 관류 액이 계속 흐르게 돼 출혈하는 혈관 하나 하나를 볼 수 있고 전기응고를 통해 지혈한다. 이렇게 해 비대한 전립선 조직을 5g, 10g, 15g씩 깎아 내면 막혔던 요도에 공간이 생기고 소변의 소통이 시원하게 된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이 절제술은 완벽한 장비가 갖춰지고 아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만큼 상당히 수준급 병원에서나 가능하다.
실제 개복수술을 하게 되면 비교적 대수술이 되고 입원기간도 2∼3주일이 된다. 더구나 도뇨관까지 유치한 상황이니 환자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모든 환자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이니 마취·출혈과 합병증우려 등 어려운 일이 많다.
그러니 내시경을 통한 경 요도 절제술과는 시합이 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술시간도 1시간 이내, 째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입원기간도 l주일이면 족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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