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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의 탈당, 중립적 국정운영 할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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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퇴임을 1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곧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탈당을 언급했으므로 탈당이 새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모두 대선의 해에 탈당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당적 포기는 국정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주므로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탈당'에 잘 대처해야 한다.

대통령중심제에선 대통령과 대통령이 속한 정당(여당)이 국정의 쌍두마차다. 대통령의 탈당은 곧 여당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열린우리당은 여당이 아니라 원내 제2당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당정협의다. 여당이 있으면 정부는 법안 통과나 정책 집행을 위해 여당과 당정협의 체제를 운영한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정협의가 없어지므로 정부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 진솔한 대화를 가져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분양가 제한을 위한 부동산법, 출자총액제한제 개선안, 사법개혁, 연금개혁 등 행정부가 입법부의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 많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한나라당은 야당이 아니라 제1당이 된다. 국정운영의 책임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파적 차원에서 벗어나 국가와 민생을 생각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탈당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여당을 지키지 못하고 탈당하는 것은 어쨌거나 국민에게 빚을 지는 것이다.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개헌 발의에 대해 조금이라도 힘을 실으려고 탈당하는 것이라면 잘못 짚었다. 개헌 발의를 포기하라.

그리고 내각을 중립적으로 구성하고 본인도 선거중립에 대한 의지를 다져라. 이미 노 대통령은 2004년 총선 전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다"는 발언으로 선관위의 지적을 받았고 급기야 야당에 탄핵 빌미를 제공한 사례가 있다. 최근엔 열린우리당을 도와달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개헌이란 허상(虛想)을 버리고, 선거를 잘 관리하고,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일이 남은 1년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