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는 리모델링중] 1. 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주로 민간자본에 의존하는 대규모 도심 재개발은 관점에 따라 평가가 양극으로 갈린다.

우파 학자들은 쇠퇴한 도심에 경제적 활력을 되찾아 주고 도시환경을 향상시키는 바람직한 변화이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좌파 학자들은 빈익빈 부익부를 한층 심화시키는 굴절된 현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기자본이 이윤을 축적할 수 있도록 개발 사업을 생산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에 탈출구를 만들어 주는 '성장기계'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피터 마르쿠제나 데이비드 하비 같은 도시사회학자들은 도심 재개발이 국제금융자본과 맞물린 것으로서, 이미 도심에 살고 있던 저소득층을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오며, 재개발이 부동산업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도시의 공공성을 크게 해친다고 주장한다.

어느 주장에 동조하든 도시 변화의 추세는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피해 갈 수 없다. 세계 도시들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직.간접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지식기반 산업을 키우기 위한 경제구조 개편을 추구하는 것, 도심 공간구조와 물리적 환경이 변화를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도심 재개발이 환경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과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가도 주요한 고려 사항이다. 밀도가 높고 기반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추어진 도심부를 재개발함으로써 도시 확산과 국토의 지나친 개발을 억제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도시를 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글로벌 시티들의 사례를 우리 도시의 재개발에 적절히 원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