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돈벌이만 열 올리는 KB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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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프로야구는 올해에도 기형적인 4강제도(?)의 성공으로 페넌트레이스 폐막이틀을 앞두고 3백81만여 명의 관중을 끌어 모아 최고인기 스포츠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경기력 감퇴·선수혹사라는 문제점이 관중 수의 증가와 비례, 커지고 있어 프로야구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프로야구는 그때그때 경기 수를 늘리거나 한국시리즈진출 방식을 바꿔 흥행 면에서는 성공을 거뒀으나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이나 야구발전 면에서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원인의 1차적 책임은 프로야구행정을 도맡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KBO는 올해 쌍방울이 1군에 편입, 각 구단 경기 수를 1백26게임(종전1백20게임)으로 늘리면서도 경기방식에 대해선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준 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로 이어지는 4강 제도를 고수했다. KBO는 페넌트레이스 4위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할 수도 있는 이 제도의 모순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단들의 반대를 이유로 구단에 끌려가는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 미국·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 양대 리그제도는 무기한 연기, 내년에도 실시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KBO는 프로야구의 숙원사업인 전용구장문제에 대해서도 뒷 받쳐 줄 아무런 방안을 갖고 있지 않아 8개 구단의 집중 성토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용구장문제는 기업의 비업무용토지·여신관리문제 등과 얽혀 현실적으로 KBO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벅찬 문제이기는 하다.
또 현시점에서 전용구장확보는 정책적 배려가 없는 한 거의 불가능한 사안이다.
따라서 현재 시·도 소유인 현 구장의 장기임대계획으로 팬들을 보다 많이 구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조성이 절실해졌다. 그러나 구단은 물론 KBO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수수방관하고 있어 한국프로야구는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아마추어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 것이다.
또 선수수급부족으로 인한 경기 력 저하를 막기 위한 외국선수의 영입문제도 구단측보다 KBO측이 더 소극적이다.
대만이 지난해 프로야구를 시작하면서 중남미의 용병을 데려와 흥미와 경기 력 향상 등에 효과를 보고 있는 데도 KBO측은 구단간 스카우트경쟁으로 인한 부작용 등 부정적인 측면만을 들어 시기상조라고 고집하고 있다.
일본이 92년부터 구단마다 외국인선수 보유를 6명으로 늘려 프로야구의 경기 력 향상과 볼거리제공을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올 들어 각 구단 주전선수들은 경기수가 늘어난 데다 3년 전의 강행으로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팀은 늘어나는데 프로수준에는 미달이고 2군에서 선수들을 충원한다고는 하나 1∼2년만에 주전이 되는 경우는 드물어 기존의 주전선수들만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마야구(고교·대학 등)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이 없이 팀만 늘려 온 KBO의 즉흥행정이 빚은 결과가 아닐수 없다.
현재 8개 구단의 토양이 되고 있는 고교야구팀은 50여 개에 불과하다. 4천여 개의 고교야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실정이지만 그나마 해마다 1∼2개의 팀이 재정 등을 이유로 해체되고 있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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