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식 모델(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소련과 동구권이 대변혁을 치르면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나라는 스웨덴이었다.
사회주의적 이상과 자본주의적 생산력을 완벽히 조화시켰다고 해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복지국가 스웨덴. 그 스웨덴식 경제체제를 이른바 「스웨덴식 모델」이라고 부른다.
소련과 동구권뿐만 아니라 그동안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이 「스웨덴식 모델」을 선망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을 많은 사람들은 「복지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스웨덴은 어린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18개월의 유급휴가를 받는다. 국민의료보험은 입원비 전액을 보전해주며 병으로 근무하지 못할 경우는 그 기간 소득의 90%가 지급된다.
탁아소에서부터 대학까지의 교육비가 저렴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두 종류의 노인연금은 살아온 기간중 소득이 가장 높았던 15년간의 평균소득 3분의 2가 지급된다.
그뿐 아니라 실업수당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한때 스웨덴의 중년 홀아비가 직장을 잃었을 경우 스페인 같은 나라에 가면 그 수당만 가지고도 새 장가들고 부부가 함께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스웨덴을 「복지천국」이라고 부르던 것도 옛말이 되었다. 이제는 「세금지옥」이란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스웨덴은 막대한 사회보장 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과중한 조세부담을 지우고 있다.
지난 89년 세제개혁으로 최고소득률을 72%에서 50%까지 인하했지만 그래도 GNP에서 차지하는 세수의 비중은 56%나 되어 가위 살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유명한 영화감독,테니스선수들이 높은 세금을 피해 속속 이민가는 등 자본유출이 유입에 비해 여섯배나 된다. 거기에다 물가고와 노동의욕 상실,노조의 파업이 잇따라 복지국가 스웨덴은 새로운 「스웨덴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지난 60년간 스웨덴을 통치해온 사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바로 「스웨덴식 복지모델」이 도마위에 올려졌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복지란 열심히 일한 다음에 얻어지는 과실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