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 교포와「합영」서둔다/본사뉴욕지사 김명훈특파원이 본 평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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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백만불어치 물품 판 교포도/주민들 “소 사태 고르비실정탓”
90년대들어 북한을 방문하는 미 교포들의 숫자가 연1천명이 훨씬 넘는 가운데 평양에서도 개방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공산주의 체제에서 벗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곳에서 만난 당국자·지도급인사·연구원 및 일반 시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미국한인교포들의 「조국방문」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우선 대미외교의 발판을 마련,미국과의 국교정상화 및 남북통일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평양시내에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발판으로한 「95년까지의 통일실현」이 여론화되어있다.
많은 미국교포들이 이곳 이산가족들과 재회하면서 북한에서는 서방사고와 물질에 접하는 시민들의 숫자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특히 북한방문교포들의 안내 및 편의제공을 맡고 있는 해외동포위원회·해외동포영접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매우 세련되고 「서양화」된 스타일로 방문객들을 맞고 있어 처음에는 재미교포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북한은 또 재미교포 사업가들과의 합영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자본 유입에 따른 물질적 개방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아직 소수이기는 하나 재미교포 사업가들 몇몇은 이미 5∼10차례이상 북한을 방문,북한에 물품을 팔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거래규모가 연 5백만달러 이상(현재 이윤은 없다고 한다)인 경우도 있다고 이곳을 방문중인 한재미교포가 전했다.
지난 5월 미국을 방문,교포사업가등 많은 재미 한인인사들과 접촉했던 한시해북한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에서 분주히 재미교포들을 영접하고 있는 것도 북한의 대미 접근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재미경제인연합회 산업시찰단(단장 김존영)을 위해 베푼 만찬에서 『여러분의 경제활동을 모든 힘을 다해 성의껏 도와드리겠다』고 말해 미국교포자본가들의 북한내 합영사업을 바라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로동신문 등은 소 연방의 붕괴에 대한 속보를 전혀 전하지 않고 있으나 일반시민들은 하나같이 고르바초프가 정치를 못한 탓이라고 보고 있으며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다음주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에 대한 한 해외동포영접부 관계자는 『인민들은 사실 유엔동시가입을 슬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남측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평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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