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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준비 고전이 딱이네

중앙일보

입력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공자가 말하기를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지난 10일 토요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동 2가에 있는'공간플러스'에서는 논어와 고전 시가를 읊는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매주 토·일요일 이곳에서 열리는'청소년고전학교'에 참석한 초·중·고교 학생들의 고전 읽는 소리다.

공간플러스는 젊은 인문학자들의 연구공동체인'수유+너머'가 만든 청소년 배움터다.

2006년 5월 10여 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이 청소년고전학교에는 지난해말부터 하나 둘 학생이 늘기 시작해 지금은 40여 명의 학생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최근에는 공간이 부족해 일요일에도 수업을 개설했다.

고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주요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에 장자와 논어 등 고전 제시문의 등장이 잦아지면서부터다.

게다가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유용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전은 논술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됐다.

공간플러스의 청소년고전학교를 담당하는 박성관(39) 교사는"고전은 당대 현실에서 가장 진취적이며 포괄적인 비전을 제시한 책"이라며"고전 교육은 포괄적 상황인식과 진취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좋다"고 소개했다.

대다수 입시학원도 고전을 논술교육의 텍스트로 활용하고 있다. 고전 제시문의 출제 빈도가 증가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요구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청산학원 신기정(42) 원장은"논술시험에 대비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학원에서도 고1때부터 고전 읽기를 시작해 3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고전학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전은 용어가 생소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학생들에게는 큰 난관이 되고 있다. 웬만한 집중력과 사고력 없이는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본격적인 논술공부를 시작한 이진우(16.송파구 가락동)군은"시험에 자주 나오는 고전을 공부하고 있지만 많이 어렵다"며 "한문 공부와도 다르고 뜻이 복잡해 친구들도 어려워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전문가들은"'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텍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신정근(42) 교수는"(고전 읽기가) 하나의 유행이나 풍조가 되긴 했으나 이해될 수 없는 바탕에서 억지 학습을 강요하는 건 학생들에게 부담만 줄 수 있다"며 "읽을 수 있는 수준의 고전을 택하고 전문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학습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암기 수준의 고전 읽기는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사고의 깊이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우리 독서논술연구소 오용순 선임연구원도 "(고전 읽기는) 단순한 독서에서 나아가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사건과 인물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개별적 메시지의 유기적 연결과 인과관계를 이해할 때 고전수업은 곧 사고력 수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약.발췌된 내용보다는 원본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간플러스 박성관 교사는"어른들이 특정 기준에 따라 축약한 텍스트는 사고의 폭과 방향을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며"설령 만화로 구성된 고전을 교재로 활용하더라도 완전한 본이 좋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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