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키 유망주 육성 서둘러 중국의 높은벽 뚫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한국남자농구가 철옹성같은 만리장성(만리장성)에 또다시 도전한다.
지난해 북경아시안게임에 이어 지난달 바르셀로나 올림픽티킷이 걸린 고베(신호) 아시아선수권대화에서 연이어 중국에 참패한 한국은 FIBA(국제농구연맹) 1백주년기념 유쿠안컵 국제대회(12∼22일, 북경 및 무한)에서 또다시 중국과 대결키위해 10일 오전 출국했다.
중국은 과연 넘을 수 없는 장벽인가. 한국은 아시아 2인자 위치에 만족해야만 할 것인가. 그러면 중국을 꺾을 비법은 무엇인가. 출국에 앞서 정광석(정광석·46·현대전자감독) 감독을 만나보았다.
-지난달 고베대회 중국과의 결승에서 전반중반까지 리드하다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는데.
▲중국선수들이 장신인데다 속공에도 능해 선수들에게 지공(딜레이드 플레이)을 요구했었다. 초반에는 작전이 주효, 5∼10점차의 리드를 잡자 선수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욕심을 내 점수차를 벌리려고 속공을 펼치면서 거꾸로 중국의 맞불작전에 당하고 말았다.
-중국을 이길 비책은 없나.
▲당분간은 어렵다고 본다. 중국의 신장을 능가할 센터와 걸출한 리딩가드가 없기 때문이다. 차선책으로 2m급으로 체력이 강한 2∼3명의 센터를 집중적으로 발굴해야만 할 것 같다.
이번 중국대회에서 두차례 맞붙을 기회가 있는데 강압수비를 통한 정면대결과 컨트롤플레이등 두가지 작전으로 맞서보면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대중국작전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7∼8개월간의 충분한 훈련으로 눈감고도 패스웍이 돌아갈 정도로 팀플레이를 숙련시키고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대회에서도 포인트가드인 허재(허재)의 손가락부상으로 한국팀은 최소한 10점 이상의 손해를 봤다.
또 2m7cm의 한기범(한기범)의 부상탈락도 전력의 결정적 마이너스요인이 됐다.
중국은 2m가 넘는 선수만 4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고교생인 서장훈(서장훈· 2m7cm·휘문고2년)과 정경호(정경호·2m5cm·중앙대) 등을 빨리 육성시키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아시아 최장신인 북한의 이명훈(2m32cm)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85년에 대표선수가 되어 거의 4년동안 달리기훈련만 받다가 지난해부터 개인기술훈련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이명훈을 보면 농구도 단일팀을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체력을 좀더 키우고 어시스트를 받는 타이밍감각을 집중적으로 익히게 하면 아시아 무적이 될 것이 틀림없다. 북한팀과는 분위기가 좋아 친하게 지냈던 임원들에게 『이명훈을 남쪽에 빌러달라』고 농담을 했더니 『이창수(유도)를 꼬드겨 가더니 아직도 그 작전이가?』라고 대답, 모두 웃기도 했었다. <김인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