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는 실사, 득표는 득표 … 너무 들뜨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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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우리가 착실히 준비한 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사흘에 걸친 IOC 평가단의 실사가 끝난 16일 한승수 평창 겨울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평가단은 4년 전 실사 때에 비해 거의 전 부문에서 '개선이 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별다른 추가 질문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유치위의 준비는 치밀했다.

그러나 평가단의 좋은 반응이 7월 과테말라 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4년 개최지로 결정된다는 보장은 아니다. 올림픽 취재에 정통한 베테랑 외신 기자들은 "실사는 실사고, 득표는 득표"라며 너무 들뜨지 말라는 충언을 했다.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40년 가까이 취재한 영국의 몰리 마이어(68.전 로이터, UPI) 기자는 이날 "보고서가 IOC 위원들의 표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평가를 못 받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보고서에 귀를 기울이는 IOC 위원들이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2012년 여름올림픽 개최지 실사에서 파리가 압도적으로 최고 평점을 받았으나 막상 투표에서는 런던에 완패한 사례를 들었다. IOC 위원 개개인의 이해관계 및 관심도에 따라 표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IOC 위원들이 실사단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점도 지적했다. 가령 "아이스하키 선수나 임원 출신 실사단원이 활강장이나 스키 점프대를 훑어보고 내린 결론을 IOC 위원들이 믿겠느냐"는 반문이다.

그럼에도 마이어 기자는 평창이 4년 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요 국제대회를 많이 유치해 경험을 축적했고, 경기장을 한두 곳에 집중시킨 점을 높게 평가했다.

IOC와 올림픽 전문 사이트로 IOC 위원들이 즐겨 찾는 'aroundtherings.com'의 설립자이자 편집인인 에드 훌라(56.미국)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이번에 평가단 일원으로 온 세 명의 IOC 위원에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말로 평가의 의미를 축소했다. 4년 전 실사 때도 한국을 찾았다는 훌라는 "한국민의 열정과 언론의 높은 관심, 축적된 국제대회 경험, 한국의 경제력 등이 매력적 요소"라고 했다.

평창과 경합 중인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소치(러시아)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그는 잘츠부르크에 대해서는 "완벽한 겨울도시다. 경기장.숙박.쇼핑.식당.문화 등 모든 면에서 안정돼 있다"고 극찬했다. 소치에 대해서는 "아직은 여름 휴양도시일 뿐 겨울 스포츠의 인프라가 거의 없다"고 혹평했다.

평창=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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