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지도자 연쇄 인터뷰] 1. 아흐마드 찰라비 과도통치위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라크에서는 현재 다양한 정파.종파.지역.부족의 지도자들이 전후 재건작업과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복잡한 현지 여론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주요 지도자들을 연속으로 만나 이라크의 장래와 한국과의 관계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를 연쇄 인터뷰 형식으로 5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서 아흐마드 찰라비(사진)위원은 최대 실세로 통한다. 미국이 발탁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이라크국민의회(INC) 의장이란 직함으로 해외에서 반정부 운동을 하면서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8년 요르단에서 금융 부정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고, 최근에는 자신과 가까운 기업인들에게 재건공사 이권을 나눠주는 등 부정부패 의혹도 받고 있다.

찰라비 위원은 지난 26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해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초청한 바 없다"고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의 이라크 치안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간간이 폭탄 공격이 발생하지만 연합군과 과도통치위가 성공적으로 테러세력을 제압하고 있다. 과격세력은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폭탄 테러를 통해 언론의 관심을 끌고 민심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테러 공격은 누가 주도한다고 보나.

"후세인 잔당들이다. 미.영 연합군과 유엔 국제기구, 그리고 민간인을 살상하는 이들의 90%가 그들이다. 이들이 게릴라들에게 뒷돈과 무기를 대면서 테러를 주도하는 한편 외국에서 과격세력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자금과 무기가 조만간 바닥날 것이기 때문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활동하는 한국군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미군 지상군 사령부와 연합군 임시행정처에서 정기적으로 다국적군 활동상황을 알려준다. 한국군의 의료.공병지원은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한국의 추가파병에 대한 견해는.

"언론과 미국을 통해 한국군 추가 파병과 관련한 소식을 듣고 있다. 분명히 해둘 것은 이라크 과도통치위가 한국군을 초청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군 파병은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이 요청한 것이다. 과도통치위의 모든 위원들은 터키 등 주변국의 파병에 반대하며, 여타 국가들에 대해서는 추가 파병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치안 문제는 이라크 경찰.군대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국이 지원했으면 하는 분야는.

"한국이 비(非)군사적 분야를 지원한다면 크게 환영받을 것이다. 50년 한국전쟁 이후 커다란 경제발전을 이뤄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와서 우리의 자유시장경제를 활성화시켜 주기 바란다. 한국과 이라크의 경제협력은 한층 확대돼야 한다."

바그다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