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부상으로 재활훈련 중인 안정환과 김남일이 쇼트트랙 동작 같은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정영재 기자]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매일 깎기 귀찮아 내버려뒀다. 지저분해 보여 전훈 끝나면 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대우 시절의 말총머리, 2002 월드컵 당시 파마머리처럼 콧수염이 안정환의 새 트레이드 마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의 무적(無籍) 생활을 끝낸 안정환은 예전보다 훨씬 안정되고 성숙해 보였다. 1일 국내 스포츠용품사인 훼르자의 디아도라와 3년간 20억원의 후원 계약을 한 것도 그를 더욱 안정되게 만들었다. 그는 당시 "좋은 브랜드가 많지만 한국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훼르자와 후원 계약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스트라이커 나드손이 팀에 복귀하자마자 연습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했는데.
"좋은 선수가 팀에 돌아와 반갑다.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해도 예전 기량을 회복하면 자신 있다. 또 경기가 많으니까 번갈아 출전할 수도 있다."
-(좋은 선수가 많아) 후보로 밀릴 수도 있고,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던데.
"그게 아니라 지금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5분이든 10분이든 팀이 원하는 대로 뛰면서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건 처음일 텐데.
"2002 월드컵이 끝나고 두세 달 쉬었고, 2005년 일본에서도 부상으로 넉 달을 뛰지 못했다. 그렇게 쉬고 나면 몸 상태가 좋아졌던 것 같다. 누적된 피로를 해소하고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불안감은 없었지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K-리그 복귀를 결심한 이유는.
"이제는 국내로 돌아와야 할 때라는 주위의 권유가 많았다.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 해서 가족이 지쳐 있었고, 1년 계약이라 큰 부담도 없었다."
-왜 수원이었나.
"여러 곳에서 제의가 왔지만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 차범근 감독님도 원했고, 좋은 선수들과 즐겁게 공을 찰 수 있다는 점, 좋은 훈련 환경 등도 매력이었다."
-경기당 승리수당이 2000만원인데 동료와 차이가 너무 크지 않나.
"액수는 잘 모르는데(웃음). 내가 못하고도 받으면 '위화감'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받을 만하고, 더 줘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겠다."
-4개국에서 뛰었는데 다시 나간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가.
"내 스타일에 맞는 스페인이다. 지난해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입단이 무산된 게 무척 아쉬웠다."
-몇 개 언어를 할 수 있나.
"일본어와 이탈리아어는 어느 정도 한다. 독일어는 많이 못 배웠고, 프랑스어는 매우 어려웠다. 영어는 기본 대화는 하는 정도다."
안정환은 "K-리그 관중이 너무 줄었다. 1998년 '프로축구 르네상스'(안정환.고종수.이동국이 이끈 프로축구 붐)를 재현할 수 있도록 멋진 골을 준비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구마모토=정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