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K-리그 르네상스, 다시 내 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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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부상으로 재활훈련 중인 안정환과 김남일이 쇼트트랙 동작 같은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정영재 기자]

안정환(31.수원 삼성)은 프로축구 선수지만 영화배우 정우성이나 장동건처럼 뭘 해도 멋있어 보인다. 수원의 일본 전지훈련 숙소인 구마모토 데루사 호텔에서 만난 안정환은 수염이 제법 텁수룩했다.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매일 깎기 귀찮아 내버려뒀다. 지저분해 보여 전훈 끝나면 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대우 시절의 말총머리, 2002 월드컵 당시 파마머리처럼 콧수염이 안정환의 새 트레이드 마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의 무적(無籍) 생활을 끝낸 안정환은 예전보다 훨씬 안정되고 성숙해 보였다. 1일 국내 스포츠용품사인 훼르자의 디아도라와 3년간 20억원의 후원 계약을 한 것도 그를 더욱 안정되게 만들었다. 그는 당시 "좋은 브랜드가 많지만 한국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훼르자와 후원 계약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5분이나 10분을 뛰더라도 팀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과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일본-프랑스-독일을 거친 이 방랑자는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곳은 스페인이었다.

-스트라이커 나드손이 팀에 복귀하자마자 연습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했는데.

"좋은 선수가 팀에 돌아와 반갑다.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해도 예전 기량을 회복하면 자신 있다. 또 경기가 많으니까 번갈아 출전할 수도 있다."

-(좋은 선수가 많아) 후보로 밀릴 수도 있고,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던데.

"그게 아니라 지금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5분이든 10분이든 팀이 원하는 대로 뛰면서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건 처음일 텐데.

"2002 월드컵이 끝나고 두세 달 쉬었고, 2005년 일본에서도 부상으로 넉 달을 뛰지 못했다. 그렇게 쉬고 나면 몸 상태가 좋아졌던 것 같다. 누적된 피로를 해소하고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불안감은 없었지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K-리그 복귀를 결심한 이유는.

"이제는 국내로 돌아와야 할 때라는 주위의 권유가 많았다.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 해서 가족이 지쳐 있었고, 1년 계약이라 큰 부담도 없었다."

-왜 수원이었나.

"여러 곳에서 제의가 왔지만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 차범근 감독님도 원했고, 좋은 선수들과 즐겁게 공을 찰 수 있다는 점, 좋은 훈련 환경 등도 매력이었다."

-경기당 승리수당이 2000만원인데 동료와 차이가 너무 크지 않나.

"액수는 잘 모르는데(웃음). 내가 못하고도 받으면 '위화감'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받을 만하고, 더 줘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겠다."

-4개국에서 뛰었는데 다시 나간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가.

"내 스타일에 맞는 스페인이다. 지난해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입단이 무산된 게 무척 아쉬웠다."

-몇 개 언어를 할 수 있나.

"일본어와 이탈리아어는 어느 정도 한다. 독일어는 많이 못 배웠고, 프랑스어는 매우 어려웠다. 영어는 기본 대화는 하는 정도다."

안정환은 "K-리그 관중이 너무 줄었다. 1998년 '프로축구 르네상스'(안정환.고종수.이동국이 이끈 프로축구 붐)를 재현할 수 있도록 멋진 골을 준비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구마모토=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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