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전통 이어온 마을친목단체|가풍·품행 좋아야 회원자격|빈민구제·장학사업등 펼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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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남영암에는 1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친목모임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이 모임은 전남영암군군서면구림리에 연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구림대동계(동장 최창섭).
계사와 강수당, 수천여평의 농토등 상당한 재산까지 비축한 이 모임은 우리농촌에서 덕목으로 내려오는 품앗이등 상부상조정신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문헌기록에 의하면 지금부터 4백여년전인 조선조명종때 정식 발족됐다고 적혀있으나 당시 이미 5백∼6백년의 역사를 지니고있다고 밝히고있다. 따라서 회원들은 구림대동계가 사실상 1천년이상의 전통을 지니고 있고 국내 최고역사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대동계는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부상조의 모임입니다. 그러나 구림대동계는 오랜역사를 지닌만큼 독특한 규약을 가지고있고 또 완벽하게 지켜지는 것이 특색입니다. 예와 덕을 숭상하고 장유유서가 뚜렷하지요. 그래서 모임의 지도자격인 동장·부동장·삼동장도 연장자 순서로 자동 승계된답니다.』
계의 임원진도 옛 왕조의 의정부체체를 따라 총무격으로 공사원, 재무격으로 유사, 감사로 강직등 요즘사람들에게는 이색적인 옛날고유의 직명을 그대로 쓰고있다.
신입회원 가입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회원이 사망하거나 이주·징계등으로 결원이 생길경우 입회를 기다리는 후보를 대상으로 가풍과 품행을 따집니다.
범죄가 있었거나 이웃지탄을 받는 인물은 우선 제외되지요. 구림리에서 사방 20리 이내의 인물로 규약들 엄수하는 조건으로 전회원 무기명 비밀투표에 의해 충원됩니다.』
회원가입시에는 직계가족중 회원이 있었던 사람은 승계회원으로 벼15섬을 입회비로 내야하고 순수신입회원은 벼3O섬을 내야한다. 이렇게 모여진 물질은 모임의 기금으로 활용된다.
『계의 목적은 회원들이 서로 힘을 합쳐 환난을 헤쳐나가거나 상부상조하는데 있습니다. 나라가 어려울때는 의병을 일으키기도 했고 빈민을 구제하기도 했으며 학교설립·교량건축·장학사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삼동장 최규태옹(83)의 말에 따르면 영암의 4개국민학교·1개증학교와 고등학교가 모두 대동계의 출연기금이나 토지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뿌리가 깊은만큼 잎이 무성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매년 정월, 3월, 6월, 9월 네차례총회에는 거의 한사람도 빠지지않고 참석하지요. 뜨거운 열정이 남다름니다. 옛것을 숭상하되 새시대의 변화물결을 적극 받아들여 역사만큼이나 귀감이 되는 모임으로 꾸며나갈 계획입니다.』
【영암=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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