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계약금 '너무 가벼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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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 최고의 여자 역사(力士) 장미란(24.사진)이 경기도 고양시청으로 이적했다. 고양시청은 14일 장미란과의 입단 계약을 마무리 짓고 20일 시청사에서 입단식을 한다고 발표했다.

고양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장미란의 계약금은 1억7000만원, 연봉은 1억원으로 3년간 총 4억7000만원이다. 여기에 플러스 옵션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6000만원, 매년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하나당 1000만원씩의 포상금이 있다.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20%의 포상금을 더 받고 세계선수권에서도 비슷한 조건이다. 옵션을 다 적용하면 3년 간 최대 7억 원 가까이 받을 수 있다.

겉으로는 웬만한 프로선수 못지 않은 '대박'을 터뜨린 셈이지만 장미란 측이 만족할 만한 조건은 아니다. 이적 협상을 주도해온 장미란의 아버지와 법률대리인은 그간 계약금만 5억 원 수준을 기대했었다.

이들의 희망사항이 합의 금액으로 와전돼 일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계약금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자 고양시와 장미란 측은 계약금 등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었다.

장미란 측은 최근 몇 년간 이적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지난해엔 수원시청과 계약 성사단계까지 갔으나 소속팀인 원주시청이 절차를 문제삼아 무산되기도 했다.

원주시청은 장미란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을 딴 직후 그의 이름을 딴 체육관을 짓겠다고 제의했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우승한 후엔 포상금 지급규정을 상향조정하는 등 장미란의 잔류를 원해왔다. 지난해 원주시청이 장미란에게 준 돈은 모두 1억7000만원에 이른다.

장미란이 고양시청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려면 좋은 성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이 정도라면 뭐하러 선수를 고생시켜 가며 이적을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역도 연맹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미란이가 걱정이다. 경쟁자인 중국 선수를 완벽하게 따돌리려면 한창 기량을 늘려야 하는데 줄곧 이적 문제에 시달렸고, 결과적으로 실속도 챙기지 못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액수에 자존심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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