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공' 척척 받아내는 리베로들 "이경수 매직서브가 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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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LIG.사진) 서브가 싫다."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의 화두는 강서브다. 세트당 평균 서브득점도 지난 시즌 0.690에서 올 시즌 0.833으로 껑충 뛰었다. 편한 서브로 반격 기회를 줄 바에는 '아웃이 낫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 리시브를 전담하는 각 팀의 리베로들은 죽을 맛이다. 리베로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이경수와 보비(대한항공)의 서브를 가장 받기 힘든 '매직 서브'로 꼽았다.

◆공이 춤을 춘다=이경수의 스파이크 서브를 까다롭다고 꼽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공이 많이 감긴다. 공을 때릴 때 위에서 아래로 회전을 먹인다. 이를 두고 '감는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엔드라인 밖에 나갈 듯하다가도 안으로 떨어진다.

대한항공 리베로 최부식은 "이경수는 손목이 좋아 잘 감는다. 이 정도 높이면 아웃이다 생각했는데 뚝 떨어질 때가 숱하다"고 했다. 둘째, 공이 좌우로 흔들린다. 삼성화재 리베로 여오현은 이경수 서브를 두고 "공이 춤을 춘다"고 표현했다. 공의 변화가 심하고 흔들리면서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은 코스다.

현대캐피탈 리베로 김정래는 "대부분 스파이크 서브를 크로스로 넣는데 이경수는 직선과 크로스로 번갈아 넣기 때문에 그냥 보면서 당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들이 꼽은 또 한 명의 강서버는 박철우(현대캐피탈)다. 이유는 이경수와 반대다.

최부식은 "박철우는 공을 감지 않는다. 감기지 않은 공은 정확하게 리시브를 해도 다른 방향으로 튄다"고 설명했다.

11일 현대캐피탈에 시즌 첫 패배를 당할 당시 3세트에서만 박철우에게 서브에이스 4개를 내줬던 여오현은 "박철우 서브가 제대로 들어올 경우 리시브는 운에 맡겨야 한다"며 "그래도 실수가 많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왼손잡이라는 점도 리베로들이 박철우를 까다롭게 여기는 이유다. 최부식은 양성만(한전)도 요주의 강서버로 꼽았다.

◆같은 팀이라 다행=외국인 선수의 서브는 대체로 까다롭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보비를 지목했다. 보비의 경우 서브 실수가 거의 없어 무조건 받고 봐야 한다는 게 리베로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부식은 "연습 때 보비 서브로 리시브 연습을 하는데 '같은 팀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정래는 "보비는 이경수보다도 더 잘 감기 때문에 공이 들어오다 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LIG 리베로 곽동혁은 보비 대신 레안드로(삼성화재)를 꼽았다. 곽동혁은 "레안드로 서브는 날아오면서 속도가 더 붙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공이 살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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