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총장 최후의 선택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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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헌 고려대 정보통신대학장(右)과 김동원 총무처장이 14일 교수들의 신임 투표 결과를 발표한 뒤 발표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고려대 이필상 총장이 13, 14일 이틀간 실시된 신임투표에서 88.7%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투표율은 39.2%로 저조했다. 이 때문에 과반수 신임에도 불구하고 이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과 이에 따른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취 고민 중인 이 총장=이 총장은 신임 투표 마지막 날인 14일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투표 결과도 전화로 보고받았다. 홍만귀 비서실장은 "예정돼 있던 외부 일정과 의료원 회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직교수들은 오전과 투표 마감 직전 회의를 여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장은 투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담은 담화문을 이르면 15일 발표할 예정이다. 담화문에는 총장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의 한 측근 교수는 "이 총장의 담화문엔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학교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총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문과대 한 교수는 "총장 스스로 결단 내리는 것만이 바람직한 방법이며, 이 총장 측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쪽'으로 끝난 투표=신임투표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창헌 정보통신대학장은 이날 "투표 대상인 전임교원 1219명 중 478명이 참여해 이 중 424명이 신임, 54명이 불신임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과반수 신임으로 일단 이 총장은 당장 사퇴해야 할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 때문에 '이 총장 신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표는 전체 19개 단과대 중 정경대.문화대.이과대.언론학부 등 4개 대학(교수 153명)과 서창캠퍼스(조치원) 교수 30명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진행됐다. 의대와 공대.경영대 등 교수 숫자가 많은 단과대는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한 의대 교수는 "의대.공대 등은 교수들 성향이 개인적인 데다 학교가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편이어서 신임 표를 던진 교수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의회 하종호 총무는 "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전체의 3분의 1을 조금 넘을 정도여서 대표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범대 한 교수도 "신임표를 던질 교수들이 주로 투표에 참가했을 뿐"이라며 "투표에 불참한 대다수 교수는 투표로 총장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재단이 총장 거취 결정할 듯=이번 투표는 표절 여부가 아닌 총장 신임 여부만을 묻는 투표였다. 또 신임투표에 대한 학내 규정이 따로 없어 투표에서 신임됐다고 해서 총장 유임이 확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총장 임면권을 쥐고 있는 재단 측은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표절 여부를 조사해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자투표 방식은=투표는 교내 지식포털시스템을 이용해 이뤄졌다. 교수들이 주민번호와 비밀번호 인증을 거친 뒤 투표 창에서 '이필상 총장을 신임한다' '이필상 총장을 불신임한다'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글=한애란 기자<aeyani@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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