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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2조 다루는 부산교육감 직접선거 투표율 15%…한 표 4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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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연간 2조원의 예산' '2만4000명의 교직원 인사권' '57만 초.중.고생의 교육방향 결정'.

부산시 교육감이 갖는 막강한 권한이다. 14일 전국에서 처음 치른 부산시교육감 주민 직접선거에서 설동근(59.사진) 현 교육감이 당선됐다. 그러나 15.3%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것도 160억원의 선거비용을 들여 나온 결과다.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선거준비도 미흡한 탓이다.

◆160억원 어디다 썼나=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후보자의 선거운동비용과 선거공보, 투표용지 인쇄비, 투개표 종사자 인건비 등으로 쓰인다. 투표에 6942명, 개표에 1755명 등 8697명이 동원됐다. 이번에 투표한 유권자는 43만7226명이다. 선거비용에 모두 160억원을 쓴 것을 감안하면 1인당 3만6500여원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교육감의 대표성 논란도 일고 있다. 오문범 부산YMCA 시민중계실장은 "이렇게 낮은 투표율로는 교육감 당선자가 직선 교육감으로서 대표성을 가지는 데 무리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홍섭 신라대 총장은 "교육감 선거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전문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낮은 투표율로 직선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교육감도 우리가 뽑나요?"=부산시 교육감 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첫 선거인 데다 부산에서만 실시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교육감도 우리가 뽑느냐"고 반문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교육감선거가 시민들의 자녀 교육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초반에는 선거가 있다는 자체를 알리는 데, 나중엔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홍보하느라 바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거운동 기간도 짧았다.

지난해 12월 20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발효된 지 46일 만에 선거가 실시됐다. 선거일 120일 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자치단체장 선거에 비해 절반도 안 됐다. 한 후보 측은 "후보와 운동원들이 처음으로 직접 주민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려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이 선거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고 행정자치부에 건의했으나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권자의 무관심과 선거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선거 분위기를 띄우지 못한 셈이다.

◆직선제 왜 하나=그동안 교육감은 초.중.고교 교사와 학부모.지역인사 등으로 짜인 학교운영위원회가 간접선거로 뽑았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특정 단체나 세력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가 몰표를 받거나 '향응' '줄서기' 등 정치 선거판 뺨치는 탈.불법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폐단을 없애고 주민 참여를 확대해 교육자치를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말 주민 직접선거로 바꿨다. 올해는 충북.경남 등 세 곳에서, 내년에는 서울.제주 등 5곳에서 실시한다. 임기는 4년이지만 이번에는 2010년 6월 말로 제한된다. 2010년 5월로 예정된 전국 지방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선거를 실시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교육감은=부산시민이 내는 세금 4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2조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한다. 부산시 올해 전체예산 6조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직원 2만4000여 명의 인사권과 공립 학교장, 지역 교육장의 임명권도 갖고 있다. 유치원의 인허가권, 학교 공사나 납품의 발주권도 있다. 조례안 작성부터 교육기관의 설치.이전 및 폐지에 관한 권한도 갖고 있다. 정순택 민선 1, 2대 교육감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발탁된 데 이어 설동근 현 교육감도 제2기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교육계에서 남다른 상징성을 인정받았다.

부산=강진권.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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