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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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제는 1916년 경복궁의 남향 정면을 가로막는 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어 왕조의 맥을 끊고 민족정기를 말살하려 했다.
역대 정권이 비록 재정상 어려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치욕스런 총독부청사를 중앙청으로 사용한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었거니와 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는 실수를 저질렀으니 실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가 우리 민족정기를 말살하려고 지은 그 건물에 어떻게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을 보존·전시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세종로 네거리에서 그 건물을 바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이지만 일제의 간교한 의도를 알면서도 그것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여 일본인들의 자만심을 높여 준 처사는 한심스러울 뿐이다.
따라서 일제침략의 상징물인 옛 조선총독부건물은 하루 빨리 헐어 버려 민족자존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 뒤 경복궁을 완전 복원하고 민족 문화유산은 떳떳한 건물을 새로 지어 보존해야 할 것이다.
해방 46년을 맞은 오늘 우리 사회는 일본 저질문화의 놀이터가 되어 가고 그들의 경제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 늦기 전에 청산할 것은 철저히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확립한 바탕 위에서 그들을 상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규홍<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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