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심야영업단속 슬그머니 후퇴/간판만 불끄고 내부는 “불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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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비밀통로·땅굴만들어 출입/새벽 6시까지 손님들 붐벼/단속반원들은 「2차영업」 본체만체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1년이 되고 최근 호화사치·낭비풍조를 집중단속 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 곳곳의 고급술집에서는 이에 아랑곳 없이 밤샘영업이 이루어지는 등 느슨한 분위기가 여전하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심야영업은 특정 유흥지역을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끈질기게 성행하고 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공권력과의 유착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 이태원의 경우 해밀턴호텔에서 한남2동 사무소에 이르는 2㎞구간에는 나이트클럽 52개,카페·음식점 등 1백61개 업소가 밀집해 간판불을 끈채 밤새도록 젊은이들을 길거리에서 끌어들여 영업하고 있다.
이 거리에는 요즘 하루 평균 1백여명의 구청단속반과 1백여명의 경찰병력이 오전 1시부터 3시까지 투입되고 있으나 겉치레 단속활동으로 오히려 보호해주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있다.
31일 0시,요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일제히 꺼지면서 언뜻 평온한 거리가 된듯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뿐 이때부터 각 업소들의 「2차영업」이 시작됐다.
오전 1시쯤 H디스코의 경우 건물앞 출입구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경찰 2명을 피해 뒷문으로 돌아가자 다시 2명의 경찰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으나 디스코클럽으로 통하는 철문을 통해 입장하는 손님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오전 1시30분쯤 손님이 1백여명으로 불어나자 무대의 현란한 조명이 켜지고 대형 스피커에선 귀먹을 정도의 춤곡이 터져나왔다.
영업은 오전 6시까지 이어졌으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손님을 끄는 「삐끼」 김모씨(21)는 『자정에 1차영업을 마감하고 새로 손님을 받기 시작해 오전 1시쯤부터 디스코클럽 본래의 정상영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김씨는 또 『대개가 만약을 대비해 비밀통로를 갖고있으며 심지어 땅굴을 파 연결통로를 만든 업소도 있다』고 말했다.
카페의 경우 이러한 심야 변태영업 행위가 더욱 노골적이다. 오후 11시30분쯤이면 간판·출입구 불을 끄고 문을 잠근채 무전기를 휴대한 종업원 3명을 길거리로 내보내 한명은 망을 보고 다른 한명은 손님을 끌고 나머지 한명은 출입구앞에서 무전연락을 통해 손님을 받게하고 있었다.
비바백화점에서 한남동쪽으로 50여m쯤 떨어진 ㅇ레스토랑 지하에는 오전 3시가 되었는데도 시끄러운 팝송속에 50여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레스토랑 종업원 한모씨(23)는 『이 동네 일대는 구멍가게에서부터 식당·카페·게이바·호스트바·디스코 등 전업소가 출입구 불만 끈채 심야영업을 하고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20여m 간격으로 이 거리에 단속경관 2명씩 배치하고 있으나 음주운전이 빈번한 이곳에 단 한차례의 음주단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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