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식 DNA 기술 국제 표준모델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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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아기 시신 유기 사건’ 수사를 위해 입국한 마리 도미니크 투르 지방법원 수사판사(오른쪽에서 둘째) 등 프랑스 수사팀이 방배경찰서 수사관들과 함께 13일 오전 사건 현장인 서울 반포동 쿠르조의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서래마을 아기 시신 유기 사건'을 해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실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기현종 연구사는 13일 "올 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ISO) 생체인식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한국 국과수가 중심이 돼 개발한 유전자정보(DNA) 인식기술이 국제표준 모델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기 연구사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DNA 전문가들이 서래마을 사건을 언급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생체인식 기술은 지문.홍채.얼굴 등과 DNA 정보를 활용해 사람을 구분하는 기술이다. 국과수의 DNA 인식기술이 국제표준이 되면 범죄 수사는 물론 이 기술을 이용한 전자여권.전자운전면허증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상품화할 권리를 갖는다.

산자부 관계자는 "MP3 음악파일의 압축기술인 M-PEG이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표준 기술"이라며 "이 기술 덕택에 한국이 MP3 플레이어 제조 강국이 되었듯이 DNA 인식기술을 이용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생체인식 분야의 국제표준은 모두 15종이다. 한국이 제출한 정맥 인식 기술, 생체인식 인터페이스 호환성 검증 기술, 다중 생체인식 기술은 이미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바 있다.

◆프랑스 수사팀 본격 수사=서래마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방한한 프랑스 수사팀은 1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H빌라에서 현장조사를 하며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는 국내 수사권이 없는 프랑스 수사팀을 대신해 서울 방배경찰서가 맡았다.

전날 입국한 프랑스 수사팀은 투르 지방법원 마리 도미니크 수사판사와 경찰청 수사국 아들린 경정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수사팀은 "베로니크 쿠르조(40.여)는 영아를 낳아 살해한 범행을 자백해 구속 수감 중이지만, 남편 장 루이 쿠르조(41)의 범행 공모 여부에 대해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방한 목적을 밝혔다. 장 루이는 아내의 임신 사실은 물론 냉동고 속 영아들의 존재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랄드 투르 지방 수사국장은 "한국 수사팀을 불신해서가 아니라 사실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프랑스 수사팀은 이날 영아 시신 두 구가 발견된 이후 비어 있던 이 빌라에서 1시간30분가량 내부를 수색했다. 수색에서 영아들의 시신이 들어 있던 냉동고, 옷, 비망록 등도 수거했다. 이들은 22일까지 장 루이의 회사 관계자, 베로니크의 자궁적출수술 집도의, 가정부 등 참고인 조사에 동석해 통역을 거쳐 문답을 진행한다. 방배서에 보관 중인 쿠르조 부부의 컴퓨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있는 영아 시신 두 구도 인수한다.

글=정경민·권근영 기자<jkmo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서래마을 아기 시신 유기 사건=지난해 7월 23일 서울 서초구 프랑스인 밀집지역인 서래마을에 살던 장 루이 쿠르조의 집 냉동고에서 갓난아기의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 당시 국과수의 유전자 분석 결과 아기들의 부모는 쿠르조 부부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직후 출국한 쿠르조 부부는 프랑스 사법당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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