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디딤돌 마련/중국·대만·홍콩 APEC가입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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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위급접촉 5차례 이해폭 넓혀/아태 주도적 협력체로 위상확립
중국이 28일 대만·홍콩과 함께 아­태경제협력각료회의(APEC)에 참가토록 APEC고위실무회의에서 결정됨으로써 한중관계의 정상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중국은 이미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3차총회에 첸치천(전기침) 외교부장을 수석대표로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고 APEC를 통한 양자간의 이러한 접근은 그동안 조심스러웠던 공식 접촉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 전망이다.
전부장의 방한은 중국에서 최고위인사가,그것도 외교책임자가 한국에 온다는 점에서 수교를 앞둔 양국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이상옥 외무장관은 이번 서울 총회 의장으로서 전외교부장과 별도의 회담을 가질 기회를 갖게돼 양자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이 의장국으로 APEC를 주도하는 시기에 중국이 한국과 깊숙한 협의를 진행시켜 가입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한중관계발전에 대단히 시사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APEC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함께 아시아지역의 가장 중요한 국제협력기구다.
아세안과 APEC 두 협력체의 가입국은 거의 중복되어 있지만 아세안은 동남아국가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제 중국·대만·홍콩이 APEC에 참가함으로써 APEC는 아­태지역의 주도적인 협력체로 모양을 갖추게 됐다.
현재 아세안국가들은 일본이 경제적으로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일본은 아세안을 중심으로 협력사업 하기를 원하고 있어 일본의 독주현상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APEC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APEC가입으로 일본의 독주를 한국등과 공동보조를 취해 막고,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28일 『3중국을 가입시키는 교섭은 다자외교의 틀속에서 진행된 것이기는 하지만 다섯차례에 걸친 한중양국 정부간의 고위급 공식접촉을 통해 쌍방간의 이해와 신뢰가 구축되었다』며 『이는 앞으로 한중관계를 촉진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의식해 대한접근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온 중국이 오는 11월 APEC서울총회에 처음으로 전외교부장을 보내겠다고 통고해 왔을 뿐 아니라 교섭과정에서 처음으로 양국의 차관보 또는 국장이 상대편 외무부를 출입하는 등 접촉 수준을 높여놓았다.
중국의 APEC가입은 또 70년대이래 대외지향적인 경제발전을 꾸준히 추구해오고 있는 중국을 아­태경제권에 본격적으로 편입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멕시코·칠레·페루·에콰도르·아르헨티나등 중남미국가들이 가입 의사를 공식으로 전달해 왔고,소련등 수개국도 참가를 희망하고 있어 APEC는 아­태지역의 중요한 경제실체 모두를 포용하는 중심협력체로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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