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직전 딸 구해궈도 인사없는 세태 씁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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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15일 가족들과 강원도철원군 동송읍 소재 한탄강 승일교 하류 약1백50m지점의 바위굴이란 유원지를 찾았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약 1백50명의 피서객들이 얕은 물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있는 풍경은 마냥 평화스러웠다.
그런데 갑자기 강변으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익사 사고가 발생한 것을 감지하고 강을 건너고 현장에 가봤다.
40대부부가 두자녀(7살, 9살)와 같이 이곳에 왔다가 두 자녀만 물가에서 놀게하고 그곳에서 50m 떨어진 가게에 가 있었는데 한참후 동생이 와서 언니가 물속에 들어가 안나온다고 하더라는것이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약30대 가량의 남자(이벽주·유원지 청소원의 아들)가 강물속으로 다이빙하여 들어갔다.
한참 후에야 물에 가라앉은지 약15분 정도 된 여아를 안고 나왔다. 그것을 보는 순간 벌써 죽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언덕 비탈진 곳에 그 여아를 거꾸로 엎드려 누이고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도 별효과가 없었다. 구경꾼들이 한사람 두사람 떠나가면서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며 혀를 찼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그 여자아이의 눈이 초점없이 떠지면서 한참 지난후에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나는 그 청년을 만나 부모들이 얼마나 고마워하겠느냐고 했더니 그 청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런 사건이 두번째인데 빈 말이라도 고맙다는 말은 커녕 얼굴 한번 안내밀고 사라지더라고 했다.
그순간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생각끝에 『그 부모들이 경황이 없어 그냥 갔지만 어찌 자기 자식 생명을 살려준 사람을 잊을수 있겠는가』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돌아왔다.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강물로 뛰어들어 아이를 건져내 인공호흡을 시키던 그 청년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선을 행한 이시민에게 관계기관에서 표창장이라도 주어 씁쓸한 미소를 달래주었으면 한다.
진상옥<서울시 강서구 염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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