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섭으로 비칠라" 한국 정부는 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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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테 홍과 남편 홍옥근씨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생사 확인과 상봉 추진이 독일과 북한 당국 사이의 사안이라 한국 정부가 이런저런 언급을 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불필요한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인도주의 문제로 압박을 가하는 듯 비칠 경우 남북 이산가족 문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가 관련 조치를 취해 왔다. 북측의 이번 생존 확인 답변은 한완상 총재가 제안한 대로 독일.북한 간 외교채널로 성사됐다.

이제 남은 문제는 레나테 홍과 홍옥근씨의 상봉이 실현되느냐다. 북한은 생사 확인을 해주는 수준에서 이 건을 매듭짓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과거 독일과 루마니아 옛 소련 등지에 유학을 갔던 북한 주민과 현지인 사이에 동거나 결혼.출산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레나테 홍의 상봉을 허용할 경우 요청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본인들이 상봉을 희망하지 않는다"며 북한 당국이 불허 방침을 통보해 올 경우 만남이 벽에 부닥칠 수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상봉을 허용할 가능성도 점친다. 남북 간의 납북자.이산가족 문제와 달리 민감한 대목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나테 홍과 비슷한 처지인 독일 여의사 우타 안드레아 라이히의 생부인 김경봉은 최근에도 북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독일 등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요구를 외면할 경우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북한을 상봉 허용 쪽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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