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옐친 「권력공유」/보수파 숙청 개각 단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옐친/“고르비와 함께 새 정부 구성”/국방·내무·KGB 의장 비서실장 교체
【모스크바 AP·AFP·로이터·연합=외신 종합】 소련 강경보수파의 쿠데타 실패후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역할을 강화,사후 정국을 주도하면서 소 정국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의 권력 병립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22일 대대적인 소지도부 개편에 착수하면서 급진파인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과 협력을 다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계속 추진하고 쿠데타 가담자에 대한 숙청을 단행할 것임을 선언했다.<관계기사 2,3,4,5면>
옐친 대통령은 이날 자신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소련 새정부 인선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새정부에는 러시아공화국의 「보다 많이 대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친 대통령은 국민적 신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3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회담키로 합의했다고 22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22일 새벽 크렘린궁으로 복귀한 이후 겐나디 야나예프 부통령등 쿠데타 주도 국가비상사태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수사가 러시아공화국에 의해 진행되고 있어 지도부 개편에서 옐친의 영향력 강화와 함께 소련 정국은 러시아공화국이 선도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공화국 의사당건물 주변에 모인 10만군중에 행한 연설에서 러시아공화국이 자체의 공화국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알렉산드르 루츠코이공화국 부통령에게 이 문제를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공화국도 자체 공화국수비대 보유와 우크라이나 주둔 연방군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옐친의 주장에 동조했다.
한편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지난 18일의 쿠데타가담 연방정부 각료전원을 해임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블라디미르 크류츠코프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드미트리 야조프 국방장관,자살한 보리스 푸고 내무장관 후임에 레오니드 셰바르신·드미트리 모이세예프·바실리 트루신 등을 각각 임명했다.
푸고 장관은 쿠데타 실패후인 22일 권총 자살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블라디미르 고보로프 국방차관을 해임하고 보리스 피안코프를 임명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쿠데타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진 발레리 보르딘 대통령비서실장과 KGB소속 유리플레카노프 대통령 경호실장을 함께 해임하고 그리고 리 레벤코를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소식통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쿠데타를 주도한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발렌틴 파블로프 총리와 비상위에는 가담하지 않았으나 쿠데타의 실질적 이데올로기 리더였던 아나톨리 루키야노프 연방최고회의 의장도 곧 교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22일 오후 외무부 프레스센터에서 쿠데타 실패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페레스트로이카를 계속할 것이며 옐친 대통령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90분간 계속된 회견에서 크림반도 여름별장 휴가중 쿠데타 주모측이 그를 외부와 차단시키고 대통령직 사임을 요구한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