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으로 진천 제일 양돈가 이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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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여자 홀몸으로 돼지 4백마리를 키우고 있는 한기순씨(34· 충북진천군리월면노원리)는 쇠락 해 가기만 하고 있는 우리농촌에 귀감이 될만한 억척「돼지 아줌마」다.
우리의 전형적인 농촌인 신당마을 개천옆에 자리잡은 6백평의 승주농장에서는 그의 땀과 꿈의 결실인 돼지들이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그의 손길을 바쁘게 하고있다.
그가 양돈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87년6월 농민후계자였던 남편 이제인씨가 장남 승주군(8)과 노모 등 3명의 가족을 남겨둔 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남편은 돼지 40마리를 남겼다.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눈을 감자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처음엔 가산을 정리해 양품점이라도 차릴까 생각했으나 남편이 못다 이룬 꿈을 내 손으로라도 이뤄야 저 세상에 간 남편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소매를 걷어붙이기로 결심했지요.』
막상 결심을 굳히고 남편의 농민후계자를 승계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했다. 간간이 남편 어깨너머로 돼지사육을 보긴 했지만 사료를 어디에서 구입해야 할지, 번식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려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사육기술을 배우기 위해 양돈협회에 가입했지요. 자금지원도 받고 기술과 정보를 얻어 남편이 남겨준 40마리의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는 남자도 힘에 겨운 돈분처리·새끼내기·축사증축 등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후 한씨의 양돈사업은 차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87년말엔 1백마리, 89년엔 2백마리로 크게 늘어났고 89년 돼지가격파동에도 거뜬히 1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는 성돈 3백50마리를 포함, 4백여마리로 늘어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로 3천여만원의 소득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억척스럽게 흘린 땀의 대가로 진천군내 제일의 양돈농가로 성공한 한씨는 모범 양돈인으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 진천양돈협회의 홍보이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또 아들 이름을 딴 승주농장은 인근 진천농고학생들의 실습농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그의 성공담을 익히기 위해 각지에서 양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편의 뜻이었던 양돈농장설립을 위해 정열을 쏟고 보니 이제 생활의 터전이 마련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성돈을 5백마리 규모로 늘리고 비육우등 도입식, 뿌리를 내린 다음 아들 승주에게 대물림하고 싶습니다.』
『당국은 양축농가가 안고 있는 애로사항을 파악, 단지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었으면 좋겠다』는 한씨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보전을 위해 폐수처리지원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진천=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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