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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경제광장|캠코더 국산화율 높이기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에 무게는 8백g, 카메라와 VTR의 기능을 함께 갖춘 캠코더.
삼성전자와 금성사·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3사는 요즘 이 자그마한 기계에 온통 정신이 쏠려 있다.
캠코더만큼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술격차를 비참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제품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80년 일본 소니사가 개발, 82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캠코더는 이미 연간 1천만대, 8조원의 시장을 만들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시장을 소니사 등에 내주고 있는 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8년 캠코더를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묶어놓았지만 연간 국내수요 6만여 대중 60%이상을 밀수입된 일본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서 만드는 캠코더는 핵심부품이 모두 일본제다. 일본입장에서는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묶여있어도 완제품에 부품까지 팔면서 충분히 즐기고 있는 셈이다.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GATT (관세무역일반협정)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항의를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국내업계가 자존심까지 상해가며 손도 못쓰고 당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기술력의 격차 때문이다.
캠코더는 현재 나와 있는 모든 가전제품 중에서 가장 기술 집약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VTR의 부품이 1천1백개인데 비해 크기가 VTR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캠코더는 2천2백여개의 정밀부품이 필요하다.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핵심부품의 개발, 설계기술분야에 있어 7∼9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촬상소자·줌렌즈·브라운관·핵심반도체·소형모터 등 기술 집약적이고 값비싼 핵심부품은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재 국산화율은 삼성전자가 31·7%, 금성사 20%, 대우전자가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과 EC (유럽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의 필립스사만이 일본에서 OEM(수출주문자상품부착)으로 캠코더를 EC에 들여가 팔고있을 정도다.
캠코더에 있어서는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
일본의 소니·캐논·산요사 등 8㎜캠코더 생산회사들은 생산라인을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심지어 일본총리의 구경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다.
정부와 업계는 이에 따라 캠코더 국산화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국산화율을 77%로, 금성사는 7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캠코더를 국산화할 때쯤 되면 일본이 어떤 신제품을 내놓을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더욱이 일본은 이미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에 의한 신제품 개발로 수요를 창출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
캠코더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업계가 지난 89년에야 생산에 나서 국산화가 늦어졌으나 일본의 기술력은 우리보다 몇 단계 위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본에 맞서서 전자업체가 버티고 있는 것은 필립스를 빼고 나면 우리나라 뿐』 이라며 『기술개발투자로 일본을 따라잡을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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