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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감독' 유·재·학 … 색깔 있는 농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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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울산 모비스의 색깔은 분명하다.

한 덩어리가 돼 움직이는 조직력, 이를 악문 수비다. 그 짙은 색은 유재학(44.사진) 모비스 감독의 것이다. 그의 눈은 가늘고 매섭다. 1980년대 '코트의 여우'라 불리며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활약할 때보다 더 독기가 있다.

그가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리더십으로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기는 농구=수비 농구

"선수 시절엔 공격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기아 시절 방열 감독님을 만나면서였습니다. 방 감독님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건 공격보다 수비라고 많이 강조하셨죠."

은퇴 후, 90년 연세대 농구부 코치로 부임한 유 감독은 6개월간 하와이로 연수를 떠났다. 당시 하와이 브리검 영 대학은 철저히 수비 농구를 지향했다. 대량 득점을 할 만한 스타는 없었지만, 팀 플레이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유 감독은 "이기기 위해선 조직력과 수비가 중요하다는 해답을 얻었다"고 했다. 그 해답이 유재학의 농구 철학이 됐다. 유 감독의 수비 농구에 대해 '지나치게 수비 지향적이다' '재미없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그는 "공격 농구를 지향해서 우승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는 단순하다. 이기기 위해 코트에 선다"고 말했다.

◆신상필벌

"이 ××야, 반칙할 때가 아니라는 말 잊었어?"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KTF와의 경기, 의미 없는 파울을 저지른 김효범에게 유 감독의 호된 질책이 쏟아졌다. 김효범은 벤치로 물러났다. 팀의 고참 김재훈이 쉬운 슛 기회를 놓치자, '체면 같은 건 봐주지 않는다'는 듯 바로 교체했다. 실수를 저지른 하상윤은 14초밖에 뛰지 못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대우-SK 빅스-모비스까지 12년을 유 감독과 함께 지낸 우지원은 "감독님은 기다려 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상함과도 거리가 멀다. 가차없이 채찍을 든다"고 말했다. 스타플레이어인 그는 "출전 시간이 줄어들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유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인기보다 실력, 개인보다는 조직이다. 그 원칙에 맞는 선수는 확실하게 기회를 주고, 그것에서 벗어나면 코트에 세우지 않는다. 그런 유 감독의 스타일은 '언제든지 밀려날 수 있고, 준비만 돼 있으면 언제든 주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심어줬다. 자연스레 경쟁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원칙이 분명하고, 그것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다. 무엇보다 성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유 감독을 평했다.

울산=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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