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어제, 오늘, 내일이 교차하는 '인도의 홍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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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마린 드라이브'. 아라비아해를 끼고 도는 이곳은 '여왕의 목걸이'라는 애칭을 가진 뭄바이 최고의 해변 관광도로다. 길을 따라 외국인과 인도의 신흥 부자들이 사는 호화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또 초고층 사무실과 호텔 등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과 석양 무렵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은 인도에선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이다.

뭄바이 시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이녹스'에서 만난 회사원 라케시 샤르마(26)는 "뭄바이는 오랜 역사와 첨단 문명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라며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뭄바이의 성장 배경은 홍콩과 비슷하다. 뭄바이는 인도 서해안의 작은 섬에 불과했다. 18세기 영국 동인도회사에 의해 도시건설이 시작된 뒤 1862년 7개의 섬이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하나로 연결되면서 지금의 뭄바이가 탄생했다. 홍콩 역시 1842년 청나라가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영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할 당시엔 인구 5000명의 작은 섬에 불과했다. 이후 홍콩은 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의 금융.무역 허브로 발전했다. 이에 반해 뭄바이는 인도가 1947년 독립한 후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도입하면서 성장이 지체됐다. 91년 외환위기도 겪었다. 그러나 라오 총리의 주도하에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제 감면 등 개방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자유경제체제에 '인도만의 색깔'이 가미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는 11억 인구 중 절대빈곤층이 25%를 차지하지만 매년 30여만 명의 우수한 공학전공자가 배출된다. 우수한 정보통신 수준을 갖추고 영어 구사가 가능한 인도인들에게 21세기는 기회의 시대다. IT 회사 인디컴 글로벌 서비스의 부사장 비다 라비쿠마르(43.여)는 "인도 경제의 성장동력은 찬란한 역사도, 부존자원도 아닌 바로 사람들의 힘"이라며 인도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새삼 강조했다.

북부의 고급 주거지역 히라난다니 포와이 전경. 넓은 녹지 위에 지어진 고급스러운 외관이 눈에 띈다.

◆뭄바이=과거 봄베이의 힌두식 이름이다.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한 BJP당이 97년 집권하면서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의 지명을 힌두어로 고쳤다.

글.사진=뭄바이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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