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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적신호,당국 뭘했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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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와는 관계가 먼 후진국 질병으로만 여겨왔던 콜레라가 다시 우리 주변에 엄습해 온 사실은 충격적이다. 우선 그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또 이에 대비했어야 할 보건당국의 방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콜레라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동남아를 비롯,전세계 31개국에서 80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특히 남미에서는 거의 1백년 만에 콜레라가 재발,7천명에 가까운 환자가 사망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69년과 70년,그리고 80년 등 거의 10년을 주기로 해서 주로 서남해안에서 중점적으로 콜레라환자가 많이 발생했던 경험을 되돌아 보면 올해가 바로 콜레라발생의 위험요건을 충분히 갖춘 시기임은 일반 상식인으로서도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최근 동남아국가에서 서울로 오는 여객기의 오물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된 사실에서도 당국은 질병감염의 위험성을 예견하고 가능한 경계조치들을 취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80년대 들어 각종 전염병이 줄어들거나 아주 소멸되다시피 한 경향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전반적인 국민위생환경의 개선과 예방백신의 보급확대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비위생적이고 방역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당국은 늘 유념해야 한다.
이번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충남 서천과 전북 옥구의 경우 병균의 유입경로를 보면 외항선의 오물에서 바다생선이 콜레라균에 오염되고 오염된 생선을 날로 먹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균에 오염된 바닷물이 지하수에 스며들고 이 지하수에서 솟은 샘물을 식수로 씀으로써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국이 사전에 역학적인 상황판단을 해서 해안지역 주민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고 방역에 주력했더라면 예방이 충분히 가능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콜레라는 수인성 전염병이므로 국민 각자가 조심하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모든 음식물을 날 것으로 먹지 말고 물은 끊여 먹으며 몸을 깨끗이 관리하면 겁낼 것은 없다. 당국은 발생지역은 물론,전국적인 방역과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할 예방수칙을 널리 계몽·홍보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비위생적인 우물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에 상수도 시설을 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과시성사업에 매달려 떠들지만 말고 경제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 국민들의 위생과 복지증진을 위해 한푼이라도 먼저 써야겠다는 자세가 아쉽다.
당장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전염병은 콜레라 뿐만은 아니다. 국내 모기 가운데 일본 뇌염모기가 50%를 훨씬 넘고 있다는 사실은 방역당국과 국민이 지금부터 모두 경계하고 대비할 일이다. 기존 전염병이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국제교류와 개방의 확대에 따른 신종 전염병의 유입대책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만전의 방비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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