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미계약사태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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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10차 동시분양에서 나온 강남권아파트에 미계약이 속출하자 주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0.29대책으로 청약시장이 얼어 붙었다지만 강남권 시장마저 초기계약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에 대해 업계는 "당분간 분양시장의 침체를 알리는 전주곡나 다름없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갑성 교수는 "최근 3~4년 동안 뿌리 내린 '강남아파트=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5년내 새 아파트 당첨사실이 있으면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 자격이 제한되는데도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가장 원인으로 높은 분양가를 꼽는다. 10.29대책 이후 기존아파트 값은 내리는데 신규분양가는 비싸 시세차익이 거의 없다는 불안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10차 동시분양에 나온 일부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기존아파트 시세나 조합원분 로열층 가격과 맞먹는다. 강남구 역삼동 영동 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대우푸르지오 24평형 일반분양분의 경우 1, 2층이지만 분양가는 4억5천만원선이다. 이 아파트 조합원분 로열층 시세는 10.29대책 후 평균 2천만~3천만원 떨어져 4억5천만~4억7천만원이고, 바로 옆 영동 주공2단지 조합원분은 7~8층 시세가 4억5천만원선이다. 역삼동 고려부동산 장진선 사장은 "기존아파트에 대한 구매 수요도 종전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는데 비로열층인 신규 분양에 미계약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롯데캐슬킹덤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해 투자가치가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대형 평형(37~62평형)으로 이뤄져 양도.보유세 등 강화되는 세금의 영향을 받는 다주택자들이 몸을 사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동 영동공인 박철래 사장은 "10.29대책 이전에는 비로열층에 당첨돼도 잡아두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계약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택업계는 분양 전략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분양가 산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내년초 강남에서 일반분양을 앞둔 D사 관계자는 "종전까지 분양가를 높게 받아도 주변 시세가 올라줘서 상쇄가 됐지만 앞으로는 통용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업체 스스로 분양가 자율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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