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종 박성희|스타 가뭄 테니스계 ″청실홍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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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기만성형의 장의종(장의종·22·대한항공)과 「샛별」박성희(박성희·16·부산동호여상 2년).
90북경아시안게임 「노골드」의 수모로부터 한국테니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는 남녀기둥이다.
지난해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들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한층 성숙된 기량을 과시하며 잇따른 국내외 대회에서 눈부신 성적을 올리며 「가뭄에 단비」 격으로 한국테니스의 목마름을 해갈시켜 주고있다.
명지대시절인 지난해까지 국내대회에서 우승한번 못해 뒷전으로 밀렸던 장의종은 올해 대한항공에 입단, 첫 출전한 국제대회 필리핀내국서키트(2월)에서 마스터스 단·복식우승을 휩쓸며 「미완의 대기」란 꼬리표를 떼버렸다.
91 ITF(국제테니스연맹) 한국테니스서키트 4개대회(5월)를 통해선 단·복식 6관왕에 오르며 2차대회 단시결승에서 국가대표 동료인 김재식(김재식·호남정유)에게 패할 때까지 국내선수에게만 무려 27연승을 거두는 「난공불락」의 거인으로 우뚝 섰다.
장의종은 이같은 수치상의 객관적인 성적보다 86서울아시안게임 4관왕 유진선(유진선·1m85cm에 버금가는 1m84cm·80kg의 당당한 체구와 현대테니스의 주류를 이루는 호쾌한 서브 앤드 발리의 공격형 테니스로 더 큰 가능성을 보이고있다.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속1백80km대의 캐넌서비스와 좀처럼 빈틈을 허용치 않는 절묘한 발리는 네트를 살랑살랑 넘기는 단조로운 스트로크위주의 국내플레이에 여름 소나기 같은 시원함을 안겨준다.
최근엔 프로무대에서 절대 필요한 승부에 대한 집념이 강해져, 지난 5월초 인도와의 데이비스컵 예선에서 세계랭킹 90위인 강호 라메시 크리시난을 끈질기게 물고늘어져 3-2로 역전승하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성호(김성호) 대한항공감독은 『톱스핀 스트로크를 누를 수 있는 보다 강한 힘과 스피드를 강화하면 올해 목표인 세계랭킹 2백위권내 진입(현재 2백48위)은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스타부재의 한국여자테니스계에 확실한 기대주로 발돋움한 박성희는 지난해 북경대회의 공백으로 잠시 멈칫했으나 이후 꾸준한 고속성장을 거듭, 미더움을 주고있다.
지난88년 세계톱클래스 주니어들의 결전장인 「롤렉스 오린지볼대회」(미국) 14세부 준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박성희는 1m65cm·53kg의 보통체구지만 총알같이 빠르고 힘이 실린 포핸드 스트로크만큼은 가위 일품으로 시니어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
박성희는 91LTA(영국테니스협회) 주니어대회(6월)에서 윔블던시니어 예선결승까지 올랐던 캐서린 버클레이(호주)를 꺾고 우승한데 이어 윔블던주니어대회 16강에서는 세계주니어2위 플래트(호주)를 2-0으로 완파,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지난달 국가대항전 페더레이션컵에선 이스라엘의 에이스 일라나 버저(세계2백32위)를 2-0으로 가볍게 격파한 것을 비롯, 출전단식3게임을 모두 따내 시니어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박성희의 강점은 대회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과 잦은 국제대회 출전경험.
음식과 기후를 가리지 않고 외국선수들과도 쉽게 어울리는 박성희는 한번 패하면 주눅들기 십상인 다른 국내선수들과는 달리 지는 것을 개의치 않는 대범함을 갖췄다.
오히려 당당하기까지한 박을 가리켜 후원자 주원홍(주원홍)협회홍보이사는 『대기(대기) 로서의 개성을 갖췄다』고 평한다.
지난해 ITF의 주니어육성프로그램에 따라 아시아팀 일원으로 유럽전지훈련을 한데이어 올해도 호주에서 4주, 유럽에서 6주간 훈련을 겸한 대회참가로 국제경험을 쌓은 박은 5일부터 시작된 홍콩-대만서키트 출전으로 본격적인 시니어무대활동을 시작한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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