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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헤치며 협동심 일깨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제17회 세계잼버리는 9일부터 37개종목에 달하는 각종 과정활동에 들어갔다.,
첫날 오후에 내린 폭우로 수상활동·암벽등반등 일부 과정활동은 취소됐으나 나머지 과정활동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날 폭우속에 벌어진 과정활동의 대표적인 오리엔티어링 현장을 가보았다.【편집자주】
9일오후 제3야산의 오리엔티어링장.
직경 4㎞정도되는 산속에 4개의 지점을 설정해 놓고 4㎞의 거리를 90분만에 찾아 돌아와야 한다.
장비는 1만5천분의1 지도 한장과 나침반 1개가 전부.
출발조는 한국 남자대원2명과 브라질 여자대원3명. 5명이 한조를 이룬 이들 대원들은 운영요원의 출발신호에 따라 숲속 오솔길을 따라갔다.
다정스레 상의하며 지도를 살펴보고 15분쯤 걸어갔을때 제1지점이 쉽게 나타났다.
카드에 구멍을 뚫어 표시하고 제2지점을 향해 출발.
브라질 여자대원도 말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고 한국 남자대원 2명이 상의하며 팀을 리드했다.
10분쫌 걸었을때 갑자기 길이 끊어졌다.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지도를 펴고 나침반을 사용, 위치를 찾고 있을 때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하자 브라질 여자대원 한명이 뒤처지기 시작한다.
나머지 브라질대원들이 뒤처진 동료대원을 부축하는 사이 한국 대원들은 길을 찾아 진흙탕에 빠지고 넘어지며 제2지점으로 향했다.
예정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이들은 『파이팅』을 외치고 서로 격려하며 제2지점을 돌아 북쪽으로 10분쯤 갔을 때 제3지점이 생각보다 쉽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소나기가 계속 퍼부어 길이 보이지 않았다.
팀리더 정완희(정완희·15·충남아산고1)군은 『오히려 무덤표시가 길을 찾는데 도움을 줄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지금까지 50분이 흘렀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40분.
키가 작고 몸이 뚱뚱한 갈색피부의 한 브라질 여자대원은 견디기 힘든 듯 자꾸 뒤처져 시간을 지체시킨다.
급기야 이광훈(이광훈·아산고1년) 군이 그 브라질 여자대원의 손을 이끌고 길을 찾아 나섰다.
시간이 촉박하고 비가 쏟아지는 산속에서 이들은 어느 사이에 10년지기 친구가 돼 서로를 격려했다.
지도가 비에 젖어 찢어지기 시작했다. 출발하기전 운영요원이 암시한 쌍무덤이 저편 언덕에 있음을 발견하고 이들은 비로소 제4지점을 찾게 된 것이다.
어느덧 제한시간 90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들 대원들은 진흙탕·빗물에 뒤범벅이 되었으나 끝내 목표지점을 찾았다는 환희에 서로 얼싸안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성=박경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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