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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인기 외교로 만회/가이후 방중의 정치적 손익계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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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기금수협력등 역할과시/중국도 미 독주견제 일 카드 최대한 활용 속셈
가이후(해부준수) 일본 총리가 10일부터 4박5일의 일정으로 중국·몽골 방문길에 올랐다.
가이후가 「증권스캔들」로 뜨거운 임시국회에서 몸을 빼기 어려운데도 중국을 방문,장쩌민(강택민) 공산당총서기 등 중국지도부와 회담을 갖는데는 상당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국내적으로 대형 금융사고이 빈발에 따른 야당의 공세와 여론의 눈길을 대중 외교성과로 돌리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에 무기수출 규제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일본이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을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효과에서다.
가이후 총리는 지난 6일 히로시마(광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중국방문때의 대처방침과 관련,『미사일등 무기수출을 유엔에 의무적으로 보고케 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솔직하게 설명,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해 중국측에 무기수출규제의 국제적 협조망 구축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는데 1차적 목적이 있음을 밝혔다.
10일로 임기 3년째를 맞는 가이후 정권으로서는 일본이 서방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중국지도층에 대해 무기이전의 규제나 인권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임을 과시,일중관계의 전면적인 회복을 꾀하려하고 있다. 또 냉전종결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만들기에 일본·중국이 발언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어 가이후는 이번 방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인상이다.
이에 호흡을 맞추듯 일본언론도 일본이 중국에 제공할 1천2백70억엔 규모의 금년도 제3차 엔화차관이 국제적 고립상태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가뭄에 단비격」이라고 강조,이 기회에 중국의 인권문제와 홍콩의 중국이양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중국이 가이후 방중이 서방국 지도자로서는 천안문사건 이후 최초의 국빈방문이라는 점을 중시,대대적인 환영을 할 것이라는 북경발 보도도 가이후 정권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데 공헌하고 있으며 가이후측근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듯한 인상이다.
중국측도 일본이 그동안 서방측의 대중제제 해체에 노력하는 한편,경제협력의 확대·수해에 대한 신속한 원조 등 일본이 보여준 협조를 사실상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일본과의 유대강화가 이 지역 패권경쟁에 1차적 관건이 됨을 중시,이번 기회에 내년중 아키히토 일왕부처의 방중이 실현되도록 다짐을 받아둘 뜻을 비치고 있다.
가이후는 리펑(이붕) 총리·장쩌민(강택민) 당총서기·양상쿤(양상곤) 국가주석과 일련의 회담을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한단계 진전희망 ▲국교정상화 20주년을 염두에 둔 수뇌급 상호방문과 청년·문화교류 강화 ▲제3차 엔화차관을 중심으로한 경제협력 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중간 수뇌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냉전이후 새질서 만들기에 일중 양국이 어떻게 협조하는가의 문제다.
일본은 걸프전쟁 이후 소해정 파견으로 시작된 자위대의 해외파병문제에 중국측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미국이 걸프전쟁에서 보여준 「패권주의」에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는만큼 아시아지역에서의 일중 양국협조를 강조,자위대문제에 종래와 같은 신경질적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약속하는데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지도부는 걸프전쟁의 결과를 검토한 끝에 『미국을 견제하는데는 일본카드가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이후 나카소네(중증근강홍) 전 총리,다케시타(죽하등) 전 총리,다나베(전변성) 사회당위원장 등 일본 여야영수를 잇따라 초청했고 지난 6월말에는 첸치천(전기침)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가이후 방중의 사전정지작업을 벌인 것으로 이 소식통은 풀이했다.
한편 가이후 총리는 이번 방중기간중 중국수뇌들과 아시아지역의 분쟁해결문제와 관련,한반도·캄보디아문제를 양국간의 중요관심사로 상호 협조해 나간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이해합치가 이 지역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지,아니면 오히려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지 우리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시점이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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