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 옥살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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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탈세 혐의로 기소된 거스 히딩크(61.사진)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징역 10개월이 구형됐다.

ANP 통신 등 주요 현지 외신들은 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검찰이 히딩크에게 징역 10개월, 그의 세무 자문역에게 13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선고일은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은 히딩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조세 회피처로 유명한 벨기에의 아셀로 주소지를 옮겨 2003년까지 140만 유로(약 17억원)를 탈세했고,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있으면서 벌어들인 광고 수입과 인세 등을 축소 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히딩크는 아셀에 작은 규모의 아파트를 구입해 놓고 한 번도 머무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히딩크 측은 "PSV 에인트호벤 감독을 맡으면서 숙소가 필요하게 됐는데 지인의 소개로 가까운 아셀에 거처를 구했다. 하지만 외국 팀과의 경기가 많아 대부분 해외에 체류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셀은 네덜란드 국경에 인접해 있고, 에인트호벤은 벨기에 국경과 약 30㎞ 거리다. 벨기에는 네덜란드 등 많은 서유럽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부유세가 없다. 또 국외 소득에 대한 세율이 낮아 외환은행을 매각했던 론스타 등 많은 금융자본이 근거지를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처음 법정에 선 히딩크는 그동안 결백을 주장해 왔다. "혹 덜 납부된 세금이 있다면 행정 착오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죄가 인정돼 실형을 살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명예는 물론 지도자로서의 축구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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