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적대국' 미 기업을 국가혁신 파트너로…베트남 "IBM 배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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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떤중(57) 베트남 총리가 세계 굴지의 컴퓨터.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미국의 IBM을 국가정책 자문 파트너로 선택했다. 혁신적인 정책 개발은 물론 시행과 평가까지 IBM의 '훈수'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념과 이론을 앞세운 탁상공론보다 세계적인 기업의 경영혁신 노하우를 받아들여 도이모이(개혁.개방)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IBM 혁신경영 모두 배우겠다"=6일 '베트남 뉴스'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응우옌떤중 총리는 베트남을 방문 중인 IBM의 닉 도노프리오 부사장을 5일 만나 "앞으로 베트남의 주요 국가정책 자문에 응해 달라"고 부탁했다. 도노프리오 부사장이 전날 과학기술부 황반퐁 장관과 함께 서명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 내용을 설명한 뒤 나온 총리의 반응이었다. 이에 도노프리오 부사장은 "베트남은 국가발전을 위한 모든 부문에 혁신의지가 확고하다. 앞으로 우리는 베트남 정부가 설정한 사회.경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IBM은 앞으로 베트남의 과학기술정책 입안과 시행, 평가에 모두 관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IBM과 베트남 과기부는 전담 팀을 만들기로 했다. 앞으로 IBM의 정책 자문은 과학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분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회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청사진이 IBM의 조언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황반퐁 장관은 "앞으로 정부는 IBM과 공적인 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까지 협력을 확대해 모든 것을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IBM은 베트남 시장 선점=도노프리오 부사장의 이번 베트남 방문 목적은 두 가지다. IT 부문 투자확대와 이를 위한 베트남 정부와의 협력 강화다. IBM은 5일 숙원사업이었던 호찌민 시내 'IBM 서비스센터'를 개설했다. 베트남 정부에 조언을 하고,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 역할도 할 곳이다. 응우옌떤중 총리는 이미 각 부처에 IBM 서비스센터 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IBM은 이 나라 최대 IT기업인 FPT와 하이테크 단지 공동건설 문제도 협의할 계획이다. 베트남의 IT 인프라 구축과 관련,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IBM=1986년 설립된 미국의 컴퓨터.IT서비스 회사.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컴퓨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나 경쟁사인 델컴퓨터의 약진으로 수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 수년간 경영혁신을 통해 소프트웨어 판매 및 IT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164개국에 30여만 명의 직원이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914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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