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심천-주해 떠오르는 화남경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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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는97년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두고 중국 광동성과 홍콩을 잇는 화남경제권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데 이은 것으로 우리도 이에·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남부의 삼각주」로 불리는 이 지역은 중국의 대표적인 해외투자유치 지역인 심천·주해특별구를 포함하고 있다. 화남경제권은 지난78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외개방정책및 앞으로의 홍콩중국반환과 맞물러 최근 눈에 띄는 성장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은 홍콩과 중국이 서로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고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
중국에로의 반환을 이제 불과 6년여 앞두고 있는 홍콩에서는 새로 공장을 세우려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반환이후에도 50년동안은 현체제를 유지한다」는 영국과 중국측의 합의가 있었지만 이미 50만∼60만명이 장래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홍콩을 떠났다. 더군다나 이들 대부분이 학력·수입이 높은 편인 중간관리자·기술자들이다.
공장은 그대로 있지만 등록지를 홍콩에서 외국으로 옮기는 기업도 크게 늘어났다. 장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일종의 보험형대로 해외에 등록지를 옮긴 이들 기업은 홍콩에 투자를 하더라도 단독투자가 아닌 중국계나 외국자본과 합작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따라 훙콩으로서는 아시아신흥공업국(NICS) 이나 동남아 국가연합 국가와 수출경쟁을 하기 위해서 보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광동 진출을 택했다. 광동은 홍콩과 가까운데다 말도 같고 그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었다.
이에따라 88년부터 홍콩의 수출은 홍콩자체 생산수출보다 중국에서의 생산품을 다시 홍콩을 경유해 수출하는 우회수출이 많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홍콩전체생산수출액이 2백20억달러였는데 우회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45%인 3백50억달러에 이르렀다.
중국도 홍콩의 이같은 변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있다. 중국으로서는 홍콩이 대외창구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나아가 홍콩과 마주한 심천와 주해에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고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심천경제특구의 경우 기업의 소득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고 특구행정기관이 중앙정부에 내는 부담금도 감면해주기까지 했다.
그결과 심천는 79∼89년 연평균 47·8%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규모 공업지대로 탈바꿈하고 있는 주해도 85∼89년 5년동안 매년 20∼3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1인당국내총생산(GDP)도 1천달러를 넘어섰다.
이같이 이들지역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자 중국은 화남경제권을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만들기 위해 도로·항만등 종합적인 사회간접시설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광동성은 광동성의 생산기지화를 목표로 삼고 91년부터 5개년계획을 세워 홍콩과 연결되는 철로·전력·도로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홍콩도 이전의 제조업에서 탈피, 중계무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신공항·항만시설·교량의 추가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0년까지 1백62억달러가 드는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홍콩은 중국의 거대한 종합 대외무역창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홍콩·광동성의 이같은 일체화전략이 성공리에 마쳐지면 화남경제권은 아시아신흥공업국·동남아국가연합과 함께 아시아지역에서 발돋움하는 3대경제권으로 다가서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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