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당비 명목 검은돈 시비/공천헌금(정치와 돈:6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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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 실탄” 오랜 관행으로 묵인/주간연재
지난달 21일 서교호텔에서 김대중 총재등 당권파와 비주류계보인 정치발전연구회가 대좌한 비공식 간담회는 정발연회원인 조윤형 국회부의장 제명조치로 이어지는 신민당 최악의 내분사태를 빚었다.
간담회에서 그간 내용중 조부의장이 「측근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13대 남원지역 공천당시 지구당위원장이었던 이형배 의원(현재 전국구)이 다른 사람의 돈을 받은 측근들에 의해 탈락되는 것같은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는 발언이 어떻게 새나가 김총재 가족에 대한 수억원 혹은 3억원의 금품공세에 밀려 이의원이 탈락됐다는 식으로 기사화된 것이다.
공천헌금 시비로 시·도의원 선거에셔 치명적 타격을 입은바 있는 김총재로서는 ▲이미 문제화 돼버린 13대공천당시 헌금문제를 분명히 밝히고 ▲정치도의상 있을수 없는 외부 유출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조부의장은 당기위에 회부돼 「허위사실」을 「유포」한 해당혐의로 제명됐다.
주류측은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하고 정발연측도 「총재문제」와 연관된 부분에 대해선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아 남원공천헌금설의 전모를 확인하긴 지극히 어렵다.
다만 당시 공천에 간여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종합해 야당 선거자금흐름의 일단을 엿볼수는 있다.
김대중총재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후 「2선후퇴」하고 박영숙 총재대행체제로 88년 4·26총선을 준비하던 평민당(신민당 전신)은 7명의 공천심사위를 구성했다.
김영배 당시 사무총장이 위원장이 되고 최영근 허경만 안동선 임채정 이길재 이해찬씨가 위원이었다.
공천신청 접수·심사·결정의 공식공천과정은 물론 이들 심사위가 주도했지만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거나 ▲경합이 치열한 지역이거나 김총재가 특별히 관심갖는 부분에 대해서는 또다른 비공식 그룹이 가동됐다. 김총재의 그당시 측근이었던 조윤형 비서실장,권노갑·조승형의원(현 비서실장)이 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심사위는 마포 가든호텔에 캠프를 쳤고 「비공식그룹」은 무교동 서린호텔을 중심으로 활동.
권의원은 동교동과 가든호텔을 오가며 주로 총재의 뜻과 심사위원의 의견을 교량하는 역할을,조승형의원은 전국구 헌금의 접수와 지역구 후보에 대한 배분등 주로 「돈 관리」를 각각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측 한 의원은 『전국구 후보로부터 받는 특별당비는 야당의 오랜 선거자금조성방법으로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역후보로부터의 공천헌금같은 것은 있을수 없으며 특별당비도 당의 공식창구를 통해 관리되므로 총재가족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구 특별당비는 86억원이었다고 한다. 후보 1번이었던 박영숙 총재대행을 빼고 당선이 확실시되던 2번부터 9번까지 후보가 평균 7억∼8억원의 당비를 납부했다는 것이다.
신민당은 1백60여명의 지역구 후보를 당선가능성에 따라 A·B·C등급으로 나누어 각각 5천만원·2천만원·1천만원의 실탄지급을 했다.
당선가능 지역인 A급이 약 50곳이었고 총재가 유세과정에서 보통 5백만원 단위인 격려금을 지원한 곳도 수십군데에서 각각 여러차례 있었다는 얘기다. 관계자들은 대통령선거 패배후 위축될대로 위축된 평민당의 회생을 위해 당력을 1백% 소진하던 건곤일척의 선거였던 점과 막판 선거자금이 고갈돼 고생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특별당비는 모두 선거당시 지출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것은 남원지역구의 공천금 여부.
사건이 터지기전에 비주류 주변에서 흘러나온 설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1대 남원의원을 지냈고 공천당시 지구당위원장이었던 이형배 의원은 김총재가 공천약속을 여러번 했었다고 한다.
여기에 조찬형 변호사가 뛰어들어 지금은 민주당에 가있는 친척 조모씨의 소개로 조윤형·조세형·조승형등 문중의원들에게 공천을 부탁했다.
조변호사는 이들의 지원을 업고 총재가족에게 1천만원짜리 수표 30장(혹은 45장)을 공천헌금으로 냈다는것.
이의원이 가든호텔까지 쳐들어가 공천심사위원 격려차 나와있던 김총재에게 조변호사에게 공천이 돌아가선 안된다고 거칠게 항의하는등 소동이 일자 이의원에게 위협을 느낀 조변호사가 「비공식 그룹」이 있던 서린호텔로 찾아가 수표사본과 김총재 및 가족 4인이 피고발인으로 돼있는 고발장을 보여주며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
이에따른 타협안으로 조변호사가 이의원에게 전국구 헌금일부를 지원하고 지역공천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변호사는 헌금대신 3억원상당의 수원지역 소유토지를 이의원 몫으로 떼어 주었는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5천만원 정도밖에 안나가더라는 것이다.
신민당은 이 땅을 묵혀두었다가 이번 시·도의회 선거때 지가상승덕으로 3억원에 팔아 사용했다는 것이 대충 공천헌금설의 줄거리다.
이 설을 따르더라도 김총재가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무엇보다 조찬형의원이 ▲김총재가족중 아는 사람이 없고 ▲3억원 수표를 준비한바 없으며 ▲조승형의원을 통해 김총재에게 고발장등을 제시한바도 없다고 적극 부인하고 있다.
다만 공천은 받았으나 지역기반이 약한 조변호사가 무소속출마불사를 외치며 강력한 도전의사를 밝힌 이의원과 「개인적인 타협」을 통해 특별당비 일부를 지원,이의원을 전국구로 나가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한 주류측 중진의원의 「추측」이다.
주류측은 특히 공천당시만해도 「황색태풍」으로 호남에서 전승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으므로 평민당 지역구 공천을 받기위해 돈을 낼 후보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어떤이는 공천에 얽힌 기막힌 「뒷얘기」는 드러나는 법이 없는 것이라고 귀띔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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