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액·부정규모 늘어날듯/건대 입시부정 충격,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밀지키려 교직원 자녀포함
교육부감사에서 부정의 한 귀퉁이가 드러났던 건국대 입시부정이 검찰수사로 속속 그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
건국대입시부정사건은 올해초 서울대·이대 등 예·체능계 입시부정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4년동안 무려 1백2명을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더 크다.
특히 건국대는 89년 동국대,90년 한성대 입시부정사건으로 사학의 도덕성이 질타받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버젓이 재단 및 대학고위층의 지시에 따라 입시부정을 저질러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학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건대는 교육부감사로 밝혀진 89∼91학년도에 49명을 부정입학시킨 이외에 88학년도에도 교직원 자녀 13명을 포함,모두 53명을 부정입학시킨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학교측이 거둔 금품은 현재까지 밝혀진 규모만 31억여원에 달하나 미국에 체류중인 김용한 전총장(88년 8월∼91년 2월재임)등 3명의 신병을 확보, 조사하면 기부금액수 및 부정입학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권영찬 전총장등은 검찰에서 86년 「건대사태」를 겪으면서 재정압박이 심화돼 87년 착공한 상허도서관 건립기금을 88학년도 기부금입학을 통해 충당키로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수사결과 건대측은 88학년도에 미등록자 80명이 발생하자 재력이 있는 학부모를 접촉한뒤 서울 C호텔에 「모금창구」를 개설,13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미등록자 충원과정에서의 입학부정이 「개구멍(보결)」이라고 불리며 사학의 돈줄로 이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아왔었는데 사실임이 입증된 셈이다.
검찰은 88학년도 부정입학자 중에 기부금을 내지않은 교직원자녀 13명이 포함된것이 바로 부정입학 기밀유지를 위한 학교측의 「배려」인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대측은 이어 89∼91학년도에도 답안지 수정과 컴퓨터 전산자료조작을 통한 입시부정으로 18억여원을 받은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건대측은 89년 미등록자 충원을 부정입학에 이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예비합격자명단을 공개토록한 당시 문교부지침으로 손쉬운 순위조작이 불가능해지자 보다 치밀한 성적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부정입학사례는 모두 총장선출을 둘러싼 학내 파벌간의 진정·투서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오늘의 「상아탑」을 바라보는 세인들의 입맛을 더욱 씁쓸하게 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건대에 대한 두차례의 정기·특별 감사를 벌이고도 금품수수 사실 및 재단 관련사실을 밝히지 못한데다 88학년도의 53명 부정입학사실마저 덮어버려 사학의 병폐를 바로잡기 보다는 은폐·축소하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게다가 사립대의 부정입학 관행은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이 대학가의 지적이어서 사립대의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과 재정난 타개책등 대안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82년 4월 인천 선인학원 부정편입학사건 당시 재단의 기부금입학에 배임 증·수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례가 나옴에 따라 이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만을 적용할 것을 검토중이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대학입시에 낙방한 좌절을 이기지 못한 청소년들이 자살까지 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부정한 돈거래라는 점이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권영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