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견|충실한 과학교육 국가중흥과 직결|호기심 실험통해 창의로 연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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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고등학교 1학년때 일이다. 물리시간에 사진기의 원리를 배우게 되었다. 평소 신기하고 복잡하리라고 믿었던 사진기의 원리가 아주 간단하고 쉽게 이해되었다. 바로 렌즈·널빤지·우윳빛 유리·거울·고무줄등을 구하여 비록 엉성하였지만 카메라를 만든후 생면부지의 사진관으로 달러갔다. 마음씨 좋은 사진관 주인은 신통했던지 필름을 끼운후 촬영을 하고 현상을 해줬다. 희미하나마 필름에 피사체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라디오의 원리를 배운 다음에는 한해 겨울방학을 동네 라디오 수리가게에서 보낸 적도 있다. 그러나 3학년이 되면서부터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실제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들의 암기와 문제풀이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은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호기심과 기대에 부응하여 다양한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 탐구능력을 신장시키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과학의 꿈을 이루어나가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이 21세기의 주역이 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강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학습과 풍부한 경험의 기회를 주지 못하여 매우 안타깝다.
건국 이후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의 진흥과 기초과학교육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며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은 실험실습기자재가 부족하고, 확보되어 있는 기자재도 전반적으로 노후하거나 조잡하여 탐구과정중심의 실험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입시 준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교육의 현실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과학교육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오늘날 국력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과 같다. 기초과학교육을 충실히 하면서 새로운 과학기술 개발에 노력하여 온 일본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은 경제전쟁을 선포하면서 혁신적인 과학기술 개발에 집중적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과학기술 개발은 우리의 생존권과 관련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출 10위국인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가 실험실습 기자재가 부족하여 과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국민 모두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과학교육 여건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초·중·고등학교의 기초과학 교육진흥을 위한 정책적인 방안을 강구하여 과학교사들이 실질적인 과학교육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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