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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개방한달|서비스확대|가격 낮추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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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통시장의 개방문호가 대폭 확대된 지 한달이 됐다.
7월1일 정부의 2단계 자유화조치로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상품들을 외국업체가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체 및 관련업계가 받게 될 영향이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개방조치 이후 지난달 네덜란드의 다국적 도매전문업체인 마크로사가 합작진출인가를 받은 것을 제하고는 당장 뚜렷한 변화는 없다.
그러나 샤넬·루이비통등 국제적인 유명브랜드들이 오는 연말을 전후해 직판점을 개설할 예정이고 일본의 슈퍼체인 업체·전문점·가전 양판점등이 한국상륙을 위해 계속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이같은 외국업체의 진출에 대비, 점포의 규모를 키우거나 체인점을 늘리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소상인들은 협회를 중심으로 공동으로 구매하는 등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업계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대형업체>
해태유통은 지난달 5일 서울 사당동에 4백53평규모의 대형슈퍼마킷「코스코」48호 점을 열었다.
개점 첫날 하루 매상액은 무려 4천8백만원.
종래 2백∼3백평 규모의 점포들이 거둔 실적에 비해 1천만∼2천만원을 더 올린 것이다.
『보다 다양한 상품구색과 현대적인 시설, 조명을 곁들인 산뜻한 분위기가 소비자들의 구미에 잘 맞았던 때문이지요.』
「동네백화점」이 되다시피한이 48호점의 하루 매상액이 평일에도 1천5백만원 내외로 기존의 웬만한 점포들보다 50%이상 많다는 해태유통측 관계자의 설명.
최근 매장대형화에 주력하고있는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을 말해주는 단면이다.
특히 슈퍼체인업체들의 경우 대형백화점들의 지역 진출,
서구식 편의점의 확산, 유통개방으로 발등의 불이 된 외국전문점들의 상륙 움직임등 안팎으로 몰리게된 상황이라 매장 대형화가 보다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해태유통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요는 매장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지요. 어차피 직영점 하나를 내는데는 12∼14명의 직원이 투입되고 일정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많이 팔수 있는 매장을 만들자는 거지요.』
해태유통의 이러한 전략은 단지 대형점포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인근에 3∼5개 점포를 집중개설, 배송 및 관리의 효율을 꾀하고있기도 하다.
대형화전략은 최근 일본 가전 양판점들의 진출채비에 긴장해 있는 가전대리점 업계에서도 활발하다.
가전대리점 협회에 따르면 평균 10평 내외의 대리점 4∼5곳이 합세, 올들어 울산·대전에 각각 1백평 규모의 대형매장을 차렸으며 이달 말께는 이런 곳들이 1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근년 들어 다점포화를 적극추진하고 있는 백화점들의 경우도 규모화를 통한 비용절감·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의 강성득이사는 이와 관련, 『다양한 상품과 값싼 조달루트를 확보한 외국유통업체들의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결국 규모화를 통해 원가절감을 이루려는 것이 기본전략』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등포점등 4개점을 두고 있는 신세계는 화신점을 포함, 점포수가 10개정도로 늘어나는 오는 90년대 중반께에는 상품의 일괄 발주등을 통해 상당한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과 기존 슈퍼체인 사업외에 최근 대중백화점 (GMS)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양유통도 오는 95년까지 지방도시에 10개점의 GMS체인을 형성, 경쟁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또 롯데백화점도 잠실의 새나라 백화점을 모델로 한 대중백화점사업을 확대, 규모화 이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구상을 갖고있다.
한편 유통연구소의 이범렬소장은 대형화·규모화로 치닫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움직임과 관련, 『소비자들의 욕구다양화와 경쟁격화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고『그러나 규모화의 이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으려면 단지 외형적인 팽창이 아니라 이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팀의 도입을 비롯한 경영노하우가 함께 따라 줘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소상인>
유통시장개방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소상인들의 조직적인 대응노력이다.
중소상인연쇄점협회는 지난 20일부터 미국캘리포니아의 US콜라사로 부터 직수입한 콜라들을 산하회원사들에 공급하고 있다.
전국 1백여 소규모 연쇄점업체들의 단체인 이 협회가 이렇게 나선 것은 워낙 대중품목인 콜라의 구매단가를 낮춰 보자는 의도.
『유통업체로서 경쟁력이라면 우선 상품과 가격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연쇄점들의 주요 판매품목인 청량음료의 경우 메이커들이 서로 시장고수를 위해 일일이 배달판매를 하는 바람에 공급받는 가격 자체가 워낙 높지요. 그래서 콜라부터 시작하게 된겁니다.』
실제로 US콜라를 협회가 직수입해 공급하는 가격이 국내메이커들의 공급가보다 20∼30% 싸다는 협회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작년말부터「휴거」라는 공동상표로 중소업체에 공동 발주해 조달하는 화장지구매사업은 참여하는 회원업체들이 늘어 주문물량이 계속 커지고 있다.
『순고구마 전분으로 만드는 고급 당면을 역시「오케이」라는 공동상표로 태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수입할 것도 추진하고 있지요.』
5년 뒤에는 회원업체들 전체 매상액의 10%정도인 1천억원 규모를 이같이 공동구매, 조달할 계획이라고 협회측은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소상인 연쇄점협회만의 얘기가 아니다.
유통시장개방에 따라 국내 및 해외 제조·판매업체들과의「살아남기」경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서 중소상인들의 조직화·협업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중소상인들의 단결이 이처럼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규모나 자본·경영노하우등에서 외국 선진업체는 물론 국내대형유통업체들에까지 모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업체 개별로는 힘에 부치니 뭉쳐서 하자는 것이지요. 각 업체 것을 한데 묶어 주문하면 그만큼 매입가격을 낮출 수도 있고 메이커들에 대해서도 대항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대형 슈퍼체인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슈퍼체인협회 이광종 전무의 얘기.
한양유통(한양슈퍼)·해태유통(코스코)등 처럼 연간 매상액이 2천억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슈퍼업체들에 있어서는 대리점위주로 공급되는 메이커들의 현행 유통방식이 여전히 큰 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앞서 중소상인연쇄점협회와 같이 협회가 수입 공급권을 포함해 직접 공동구매조합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와 둘째는 정보 수집력과 자본력을 갖춘 종합 상사등과 손을 잡는 방법.
이점에서 슈퍼체인협회는 지난 2월 설립한 산하의 무역법인 (코스카상역)을 통해「슈머골드」라는 공동상표로 화장지·당면·간장·식용유등 단골취급품목의 공동조달을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의 대형도매상업체인 슈러밸류사등과도 제휴를 추진중이다.
동네가게등 일반 소매점포업주(현재 1천5백여점포)들을 회원으로 작년초 조직된 슈퍼협동조합연합회는 도매공급을 전담하는 (주)선경계열의 선경유통과 손잡고 있으며 중소상인연쇄점협회도 상품기획에서 조달·배송에 이르기까지 공동보조를 취할 종합상사를 물색중.
그런가하면 3천7백여 군소대리점들의 모임인 가전대리점 협회는 외국가전품점들의 본격적인 국내진출에 대비한 자구책으로 공동 수입선을 찾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상인들의 이같은 조직·협업화가 실행되는데도 문제는 없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민중기 유통이사는『이를 계기로 유통이 활성화돼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취약한 위치에 있는 중소상인들이 활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수입품의 판로만을 넓혀주는 식으로 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세원노출을 꺼려 판매점 대부분에 무자료 거래가 일반화돼 있는 만큼 공동구매등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거래부조리부터 개선돼 나가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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