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중인 장영자씨 앉아서 돈방석에(경제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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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압류된 재산 재판계류로 처분못해/부동산값 폭등 현시세만 천억 넘어
82년 5월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이른바 이·장사건의 주역인 장영자씨(48)가 다시 거부로 「변신」했다.
당시 1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까지도 청주교도소에 들어앉아 있는 그녀가 어떻게 큰 돈을 벌 수 있었는가.
여기에는 「법과 국세청·채권은행,그리고 그동안의 부동산값 폭등 등이 서로 고리를 이루면서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른바 이·장사건은 장여인이 남편인 이철희씨(69·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 6월24일 가석방으로 출감)와 같이 6천4백억원 규모의 어음사기극을 벌이다 들통이 나 두사람은 물론 은행장 2명과 일신제강·공영토건 등 관련기업 회장 등 모두 32명이 구속기소되는 사상최대의 금융부정사고였다.
사건에 휘말렸던 조흥은행은 당시 이·장부부에게 2백20억원의 대출을 해주면서 이들 소유의 제주도 성읍목장(2백90만평)을 비롯한 대부분의 재산을 담보로 잡았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지금껏 담보권 행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사건이 터지자 국세청이 이들의 탈루세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같은 재산에 대해 곧바로 압류조치를 취해놓았기 때문이다.
이·장 부부에 대한 당시 국세청의 세무조사결과 이들은 사채이자 및 배당소득 등 각종 소득에 대해 2백39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장여인은 이같은 세금추징이 터무니없다고 주장,즉시 소득세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소송이 제기된만큼 국세청은 조세채권행사를 하지 못하고 재판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89년 5월 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소송에서 국세청은 어이없게도 지고 말았다. 어음할인 및 사채놀이에서 소득이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원심파기이유였다.
국세청은 대법원의 의견에 따라 고법에서도 패소하자 이에 불복,현재 대법원에 상고해 놓고 있는 상태지만 증거제시가 가능한 10% 정도(23억원)만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패소를 시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는동안 이·장부부 명의로 된 부동산값은 엄청나게 뛰었다.
사건당시 검찰조사결과 이들의 재산은 7백억원 규모의 어음을 빼고도 1백95억원에 달했다. 제주 성읍목장을 비롯해 제주시 구정동 임야 20만평,경기도 구리시 임야 8만평,부산 해운대부근 임야 8천평,서울 청담동 건물 및 대지 9백평 등 전국요지의 크고 작은 부동산이 이들 소유였으며 그밖에 골동품·서화·금괴·다이아몬드반지 등 동산규모도 수십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재산은 아직 조흥은행의 담보와 국세청의 조세채권으로 묶여 있긴 해도 소유권은 엄연히 이들 부부에게 있으며 현 시세는 족히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은행 및 국세청 관계자는 추산하고 있다.
대출금 및 그동안의 밀린 이자와 추징당할 세금을 빼고도 수백억원이 남는다는 얘기다.
당국은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들 부부의 재산을 압류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금추징에 실패했을 뿐더러 이들에게 커담란 부를 보장하게 됐다.
금융계에서는 국세청과 채권은행의 당초 목적과는 달리 이같은 웃지 못할 결과가 빚어진데는 이·장부부의 단수높은 술수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한다.
국세청의 압류가 은행의 담보권행사를 막고 있는 시점에서 이·장부부는 세금취소소송을 통해 국세청의 발목만 잡으면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반국가적 금융사고의 장본인에게 엄청난 부를 돌려주게 된 이같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착잡하기만 하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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