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욋돈 재테크' 미리 미리 생각해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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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경우 연말연초를 지내면서 적잖은 가욋돈을 만졌을 수 있다. 다가오는 2월 설명 절에는 상여금이 나오는 곳도 있고 '떡값'을 주는 곳도 있을 것이다. 1월 말에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았을 수도 있고, 지난 한해의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로 목돈을 챙겼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때그때 생기는대로 써버리지 않았다면 쏠쏠한 돈이 모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기적으로 생기는 가욋돈은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 가욋돈 100만원의 가치는?

우선 가욋돈의 가치부터 알아보자. 만약 해마다 가욋돈 100만원을 연평균 11%의 수익률로 굴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돈은 10년이면 1700만원으로 불어난다. 원금만 따지면 10년이므로 1000만원이 돼야 맞지만 복리 이자가 적용되는 까닭에 더 많이 불어난 것이다. 투자 기간을 더 늘려 20년간 투자하면 이 돈은 6500만원으로 불어난다. 30년 후에는 무려 2억129만원으로 불어난다.

1년에 100만원이라면 별로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동안 복리가 적용되면서 이처럼 놀라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세계 2위의 부자이자 투자 대가인 워렌 버핏도 자신이 부자가 된 것을 복리 수익률 덕분이라고 곧잘 말한다.

세계적인 부자인 바론 로스차일드 역시 "나는 세계 7대 불가사의가 뭔지 모른다. 하지만 8대 불가사의는 안다. 그것은 바로 복리다"라며 복리 효과에 대해 강조한다. 가욋돈이라고 해서 결코 함부러 다뤄서는 안되는 이유는 당장은 사소해보이는 돈이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꽤 큰 돈으로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떻게 관리할까?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가욋돈 관리에 소홀하다.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공돈이 생겼다는 기분에 충동적인 소비에 사용되거나, 무계획적인 투자에 쓰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재테크에 능하다는 사람들은 대개 가욋돈 관리에 철저하다. 보너스, 성과금, 연말정산 환급금, 상금, 당첨금 등 부정기적인 수입은 모두 가욋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월급이나 이자 수입, 임대 수입 등은 정기적인 수입이라고 볼 수 있다.

범위를 넓혀 연봉 인상분도 가욋돈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영국의 재정 전문가인 마틴 루이스는 연봉 인상분을 잊혀진 황금이라고 표현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연봉 인상분만큼 소비 수준도 높아져 연봉 인상효과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연봉 인상분은 소비에 쓰지 말거나, 최소화하는 대신 저축이나 투자액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고는 노후나 특별한 용도를 위한 목돈 마련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다른 재정전문가들 역시 평소에 가욋돈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해 충동적인 소비나 무계획적인 투자에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가욋돈이 생기면 평소에 점찍어 놓은 우량주식을 꾸준히 사 모으기로 미리 계획을 세워놓거나, 소액으로 투자 가능한 신상품에 가입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결정해놓는 것이다.

그러나 가욋돈이 생겼다고 연금저축이나 변액보험 등 적립식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꾸준히 유지할 만한 자금 계획이 서 있지 않다면 중간에 해약하는 상황이 발생해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쓸 곳을 못 찾았다면

아직 정확한 용처를 찾지 못했을 때에도 아무렇게나 관리해서는 안된다. 대개 가욋돈은 은행의 월급통장, 즉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내버려 두기 십상인데 이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연 0.1%를 받을까 말까하는 은행의 월급통장에 두지 말고 CMA 상품에 가입할 경우 단 하루만 맡겨도 연 4%대의 이자가 가능하다. 굳이 따지자면 수십배의 이자 차이가 나는 것이다. CMA 상품은 요즘들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자동이체, 공과금 납부 기능 등이 대거 추가되면서 월급통장 못지 않은 편의성이 제공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을 포함한 종금사 CMA는 예금자보호 대상으로 원금 손실 염려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당장 쓸 곳도 없고, 오래 투자할 수도 없을 것 같을 때에는 증권사에서 특별 판매하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이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기간도 수십일에서 수개월, 수년으로 다양하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 상품보다는 안전한 상품에 묻어두고 잊어버리고 싶다면 만기가 7년 이상인 장기주택마련저축도 나쁘지 않다. 소득공제 효과와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직장인이라면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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