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훈련|인력난 시달려도 자체양성 무관심|문제점과 현황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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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현장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도처에 넘치는 게 사람인데도 쓸만한 기술을 갖춘 기능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육체노동을 경시해온 사회적 풍조와 함께 기능인력을 길러내는 직업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근본원인이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상급학교에 못 가는 청소년들의 대다수가 직업훈련을 희망하고 있지만 기능인력 양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사내훈련이 유명무실한 상태라 질적·양적으로 만족할 만한 인력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 나라 직업훈련의 현황과 과제를 알아본다.
직업훈련 현황=직업훈련은 근로자가 되려고하는자 또는 근로자에게 직무수행능력을 습득 또는 향상시켜 주는 교육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직업훈련은 실시주체에 따라 ▲공공직업훈련(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가 실시) ▲사업내 훈련(사업체 스스로 필요한 기능인력을 양성) ▲인정직업훈련(사회녹지법인·사설기관이 실시)으로 나뉜다. 7월말 현재 전국의 직업훈련기관은 3백37군데(공공81, 사업내 1백49,인정1백7)로 모두 5만7천5백25명(공공 2만2천6백79, 사업내 2만9백99, 인정 1만3천8백47)이 교육을 받았거나 받고있다.
이들 직업훈련기관 가운데 교육조건과 취업전망이 가장 좋은 곳은 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관리공단이 운영하는 36곳 국립 직업훈련원이다. 여기에는 고졸자를 대상으로 하는 2년 기간의 전문과정, 중·고졸자를 대상으로 하는 1년 기간의 일반과정, 중졸자를 대상으로 하는 3년 기간의 고등과정이 있으며 학력제한 없이 6개월간 단기훈련을 하는 야간과정도 개설되어 있다.
훈련생은 식비를 제외한 훈련비용 전액과 기숙사를 무료 제공받으며 훈련기간 중 입영연기·수료후 취업알선 등 각종 혜택도 받는다.
이들 국립직업훈련원 수료자의 취업률은 80년대 후반부터 구인난이 심화됨에 따라 줄곧 1백%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 수료자 1만1천6백44명의 경우 전국 9천4백41개 업체에서 5만1백10명의 구인 요청이 몰려들어 평균 4·3대1의 구인경쟁률을 보였다.
사업장내 훈련은 각 업체가 신규 취업자 또는 취업희망자를 대상으로 직업훈련기본법상의 교육과정에 따라 자체 훈련시키는 것을 말한다. 7월말 현재 2백인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업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연간 총 인건비 지급액의 0·479%를 기업훈련분담금으로 내도록 되어있다.
사업장내 훈련은 ▲안정된 인력공급이 가능하고 ▲실무에 필요한 기능을 짧은 기간에 효과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으며 ▲훈련생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수당만 지급하는 상태에서 기존의 생산시설·장비·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등 직업훈련의 가장 바람직스런 형태로 여겨지고 있다.
인정훈련은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사설학원 등에서 교육받는 형태인데 직종이 주로 타자·컴퓨터 등 영리성이 있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
문제점=직업훈련의 중심기능을 맡아야할 사업내 훈련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위축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사업내 훈련을 통해 배출된 기능인은 77∼81년 연평균 6만7천명(전체의 68%) ,82∼86년 연평균 2만7천명(전체의 42%) 이었으나 ▲87년 1만4천명(30·4%) ▲88년 1만8천명(36·7%) ▲89년 1만5천명(26· 3%) ▲90년 2만5천명(37%)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사업장도 ▲89년 4백97곳 ▲90년 5백5곳 ▲91년 5백7곳 등으로 3년째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그 동안 사업 내 훈련의무대상 사업장이 1천6백여곳(3백인이상)에서 2천70여 곳(2백인이상)으로 늘고 분담금 요율도 0·179%에서 0·479%로 3배 가까이 인상된 것을 감안한다면 퇴보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정진화연구원은 기업이 이처럼 기능인력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자체 양성노력에 소홀한 것은 ▲필요인력을 손쉽게 다른 기업에서 빼오는 나쁜 관행이 일반화 된데다 ▲분담금 액수가 실제 훈련비용보다 낮게 책정돼 분담금 납부 쪽이 더 경제적이라고 여기며 ▲교과과정·훈련시설·훈련 담당교사의 자격요건 등에서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직업훈련이 신규 양성교육에 치중하다보니 실직자에 대한 「재교육」, 기존 근로자에 대한 「향상교육」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정부대책=노동부는 우선 사업내 훈련의 활성화를 위해 직업훈련 의무 대상업체와 미실시 때 내는 분담금을 ▲92년 1백50인 이상, 0·6% ▲94년 1백인 이상, 0·8% ▲96년 50인 이상, 1%까지 확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훈련시설 및 장비구입 때 재정적 지원, 투자비용에 대한 세제상 혜택, 훈련교사 파견 등 행정상 지원을 강화하고 훈련내용이나 교과과정을 해당 기업이 작업실무와 연관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분담금을 주재원으로 하는 직업훈련촉진기금(현재적립액 4백12억여원)을 최대한 활용, 96년까지 공공직업훈련원을 20개 더 짓는 등 비진학청소년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도록 양성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사회 전반적으로 「무엇을 배웠느냐」보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시돼 기능인이 대접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만 진정한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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