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있으면 '지하철'은 계속 … 그 후엔 어린이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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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의 작곡자이자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연출가인 김민기(56.사진)씨가 3월 독일 문화훈장인 '괴테 메달'을 수상한다. 괴테 메달은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영화감독 빌리 와일더 등 세계적인 예술가와 학자에게 수여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상이다. 한국인으론 연극인 서항석씨, 작곡가 윤이상씨,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 등 세명만이 받았다.

자랑할 만한데 김씨는 드러 나는 걸 극도로 꺼렸다. "제 별명이 구석을 뒤집은 단어인 '석구'예요. 남들 앞에 나서지 않고 혼자 있어야 편하죠. 독일에서 연설하고 리셉션에 참석할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이번 수상은 독일 원작인 '리니에 아인스(Linie 1)'를 한국화한 '지하철 1호선'을 독일 정부가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독일 뮤지컬은 영미권 뮤지컬과 달리 우리 마당극 비슷합니다. 꽉 짜여져 있지 않고 새 해석의 공간이 있죠. 원작 구조만 남기고 완전히 난도질해 버렸는데 저작권료를 면제해 주고 이런 상까지 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지하철 1호선'은 스타의 산실로도 유명하다. 영화 배우 설경구.황정민.조승우.방은진.김윤석, 재즈 뮤지션 나윤선, 뮤지컬 배우 배해선.서범석.전병욱 등이 이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

"연기해 본 적도 없는 제가 뭘 가르쳤겠어요. 다만 작품 안에 드라마.노래.춤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습과 공연을 하다 보면 연기의 기본 요소를 체득할 수밖에 없죠. 작품 자체가 훌륭한 스승이었던 셈입니다." 그는 겸손했다.

1994년 초연돼 지난해 3000회를 돌파한 '지하철 1호선'은 관객이 있는 한 4000회, 5000회까지 계속할 생각이란다.

그는 최근의 뮤지컬 열풍에 우려와 기대감을 함께 나타냈다. "최근 위기를 맞은 한국 대중 음악에 새로운 자양분은 심어주겠죠. 뮤지컬은 가사의 서사성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요소가 댄스 음악의 인기로 실종된 가사의 의미를 되살려 줄 것입니다."

김민기하면 떠오르는 게 '자유'와 '저항'의 이미지다. "투사니 운동가니 이런 말을 들으면 난감합니다. 그저 현실을 담담하게 얘기하고 희망을 노래했을 뿐인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이 현 정부 문화 정책에 적극 참여하면서 민예총과 친분이 두터운 그에게 정치권의 러브콜이 있었는지도 궁금했다.

"전 태생적으로 조직.집단이란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요. 언제나 아웃사이더였지요. 미대에 진학해 그림을 그리는가 싶더니 노래를 만들고, 음악판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연극을 한 것이 그래요."

그렇다면 무엇을 계획하고 있을까. "어린이극을 만들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그림도 다시 그릴 생각이구요."

글=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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