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영란' 허영란 "연기는 연기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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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아닌 것 같은데. 진짜 미친 것 아냐?"

요즘 시청자들의 눈에 비친 배우 허영란(27)의 모습이다. MBC 주말연속극 '누나'가 시청률 한자리의 오랜 부진을 깨고 주말 시청률 정상의 인기를 달리고 있다.

종영을 앞두고 있는 '누나'는 실종된 승주(송윤아)의 아버지(조경환)가 돌아오면서 수아(허영란) 모녀의 악행이 하나 둘 드러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수아의 건우(김성수)에 대한 사랑은 애정을 넘은 광적인 집착으로 변모하고 있다. 심지어 허영란이 얼마나 미치고 화를 내느냐에 따라 시청률의 등락도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허영란의 광기 어린 연기는 주말 안방을 압도하고 있다.

# "실제로도 무섭냐는 오해 자주 받죠"

"매회 대본이 나올 때마다 걱정이 되요.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까.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겁이 나기도 하죠.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선배 연기자들을 찾아가 하나하나 물어보고 조언을 구해요."

최근 방송에서 건우(김성수)의 가족을 찾아가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실신하는 허영란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할 만큼 실감났다. '허영란의 발작'이라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정말 무서운 여자'라는 평가에서부터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동정까지 시청자들의 호응도 줄을 이었다.

"실제로도 무섭지 않냐는 오해를 받고는 하지만 특별히 신경쓰거나 기분 나빠하지는 않아요. 단지 수아가 그럴 뿐이죠. 화도 잘 안내고 풀어야 될 사람들과는 대화로 풀고 넘어가는 편이에요."

이처럼 과장된 듯 하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허영란의 감쪽 같은 '광녀' 연기에는 연기생활 11년째를 맞는 오랜 경험이 탄탄한 밑거름이 됐다.

"촬영장에서도 NG를 잘 내지 않는 편이에요. 특히 감정신은 NG를 내면 다시 연기하기 힘드니까 더 집중하죠. 얼마전에는 내 몫을 내놓으라며 엄마의 돈을 뺏고 손을 벌벌 떠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촬영중에도 실제 손이 떨렸고, 촬영이 끝났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손이 떨린 적도 있어요."

지나친 실감 연기는 연기자가 아닌 인간 허영란을 우울하게 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낳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울고 불고 하다가도 컷 사인이 들어오면 바로 웃어요. 실생활에서는 잘 웃는 허영란이죠. 연기할 때는 전념해야겠지만 캐릭터에 너무 빠져 살아서는 안되겠죠."

# "서른즈음엔 멋진 인생 열리겠죠"

"새 소속사를 구한 지 얼마 안됐는데, 제가 사무실을 일으킬 거에요."

농담처럼 건넨 말이지만 그의 말에는 지난 10년의 이력을 넘어 한단계 성숙된 연기자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 있었다.

"이전에는 쉬는 시간도 많았지만 이젠 일만 할 거에요. 우리 나이로 올해 스물여덟 살이라 요즘 부쩍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말도 많이 듣는데 서른까지는 계획 없어요. 좋은 사람도 없지만 일을 하고 싶어서요. 당분간은 정말 쉬지 않고 일만 할 생각이에요."

허영란은 인터뷰 중에도 유독 서른이라는 나이를 강조했다. 아직은 데뷔 시절의 어린 얼굴에 앳된 이미지가 남아 있는데다 여배우로서 나이 먹는 일이 무엇보다 싫을 법도 한데 서른이 기다려 진다고 말한다.

"서른이 넘었을 때 진짜 인생을 멋있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멋모르는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니고, 그 나이에 맞는 연륜이 생겨서 연기를 하더라도 그 전보다 나을 것 같아요."

지난 시절에 대한 자기 반성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발전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도 될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상처를 받아 조심스러워지고 사랑도 이전처럼 푹 빠지지 못하고 이것저것 재게 될 지도 모르지만 좋은 뜻으로는 세상물정에 눈을 뜨고 자기 일에 책임감도 갖게 된다는 말이죠. 겨우 두 살을 더 먹는 것이지만 2년 동안은 분명 아픈 만큼 성숙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연기를 할 때 감정몰입도 더 잘되고, 멋 모르고 살던 어린 시절과 다른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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