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박수지씨 세계적 앙상블 '에로이카 트리오'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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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에로이카 트리오’의 멤버들. 왼쪽부터 에리카 닉렌즈(피아노), 박수지(바이올린), 새러 샌암브로지오(첼로).

호주 교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지(25)씨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세계적인 피아노 3중주단 '에로이카 트리오'의 새 멤버로 합류했다. 근육 피로 때문에 손 부상으로 팀을 떠난 바이올리니스트 아델라 페나 대신으로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86년 창단 이후 21년 만의 첫 멤버 교체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난 박씨는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섯 살 때 독주회를 열었고 시드니 음악원 예비학교를 거쳐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다. 커티스 음악원 재학 중 커티스 심포니의 악장(樂長)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아티스트 디플로마(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1999년 전국 순회 독주회를 했고, 재외동포 예술제에 참가해 KBS 교향악단과 협연했다. 2002년에는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5위에 입상했다. 커티스 음악원 재학 당시 스승이었던 제임 라레도 교수의 추천으로 '에로이카 트리오'의 새 멤버가 됐다.

탁월한 연주 실력과 함께 180㎝가 넘는 훤칠한 키, 늘씬한 몸매와 빼어난 패션 감각으로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아 온 에로이카 트리오는 '엘' '글래머' '마리 클레르' 등 유명 패션잡지의 모델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영웅)에서 이름을 따왔다. 하지만 섹시한 외모 덕분에 '에로티카 트리오(선정적인 트리오)'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농담도 듣고 있다.

줄리아드 음대 재학 시절 팀을 결성한 이들은 1991년 나움버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세계 굴지의 음반회사인 EMI 클래식에서 7장의 음반을 냈고 2004년 첫 내한공연을 했다. EMI 클래식은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들을 선별해 음반을 제작하고 있으며, 한국계 연주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등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을 연주할 때 악보를 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객석을 향해 정면으로 앉고 서서 연주하는 것이다. 에리카 닉렌즈(37.피아노)와 새러 샌암브로지오(37.첼로)는 결혼해 각각 여섯 살, 세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실내악단을 하면서 박씨같은 훌륭한 멤버를 만난다는 것은 좋은 배우자를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에요. 1년 내내 거의 함께 지내면서 음악활동을 하기 때문이죠."(닉렌즈)

"처음 같이 연주하는 순간 '바로 이 사람이다'는 느낌이 왔어요. 실력은 물론이고 외모도 뛰어나잖아요."(샌암브로지오)

박씨는 "함께 연주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너무 기뻐서 한동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어요"라며 "열정적인 선배 연주자 두 명과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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