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로 뛴 옥수수 가격 멕시코 서민은 죽을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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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멕시코의 우파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토티야 위기'에 봉착했다.

국제적인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서 멕시코 서민들이 즐겨 먹는 옥수수 전병인 '토티야'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BBC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31일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최소 7만여 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든 피켓에는 '칼데론이 대선을 훔쳐가더니 이번엔 토티야까지 훔쳐갔다' '옥수수가 없으면 멕시코도 없다'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일명 '토티야 시위'다.

멕시코는 1994년 발효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지금까지 미국에서 싼값에 옥수수를 수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옥수수가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의 원료로 각광받으면서 수요가 늘어 옥수수 값이 크게 오른 것이다.

지난해 초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약 25㎏)당 약 2달러 하던 옥수수 가격은 현재 4달러가 넘는 수준이다. 1년 새 두 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토티야 값도 평소 ㎏당 5페소(약 420원) 수준이던 것이 요즘엔 10페소로 올랐다. 토티야 값이 치솟으면서 하루 4달러(약 3700원)의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빈민층은 벌이의 3분의 1을 토티야를 사는 데 써야 할 형편이다.

당연히 불만이 고조됐다. 또 빈민들의 영양실조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멕시코 서민들은 보통 1인당 하루 400g 상당의 토티야를 먹는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의 40%를 토티야에서 얻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칼데론 대통령은 토티야 값 상승이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되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달엔 토티야 값을 ㎏당 8.5페소(약 700원)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 제한이 자율적이어서 상인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데다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토티야 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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