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증시… 매수세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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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LG카드의 자금난, 기업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 확대, 미 증시의 약세 등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분위기가 악화하자 개인.기관은 물론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외국인 투자자들도 매도세로 돌아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를 주도할 만한 매수 주체도 마땅치 않아 향후 장세를 낙관하기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다.

◇매수세 실종=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7.13포인트 하락했다. 종가는 753.65로 40일 만에 750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86포인트 하락한 43.81로 마감하면서 6개월여 만에 43선으로 밀렸다.

LG카드가 자금난 여파로 이날 하한가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해 LG그룹주가 4~13% 하락했다. LG카드에 대한 지원 부담으로 은행주도 내림세였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기가 6.7% 하락했으며, 삼성증권.전자.SDI 등 삼성그룹주도 대부분 약세였다.

이런 가운데 매수세는 실종됐다. 지난 18~20일 사흘간 3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24일에도 1백8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 규모 자체가 최근 급격히 줄어든 것도 불길한 대목이다. 이달 외국인들의 하루 거래금액이 7천억~1조5천억원이었지만 24일에는 4천9백억원으로 줄었다. 증시의 활력이 뚝 떨어진 것이다.

지난주 모처럼 1조원어치의 순매수에 나섰던 개인들도 24일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번주에 장세가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자 실망한 개인들이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요 매매 주체들이 매도 위주의 소극적 자세를 보이면서 이날 거래소 거래대금은 2조1천억원으로 한달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거래대금도 두달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미 증시의 약세로 외국인들은 당분간 소극적인 매매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개인들도 주가가 하락할 때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당분간 시장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세 전망 안개 속=증권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가 촉발한 시장의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위원은 "채권단의 LG카드 지원 결정은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라며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계속 증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인들의 '사자' 추세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매수 강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미국 뮤추얼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는 있지만 그 규모가 2주째 줄었다"며 "연말 일부 펀드가 차익 실현에 나설 수도 있어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 규모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유성엽 연구원은 "국내외 위험 요인들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주가 하락폭이 컸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같은 장세에서는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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