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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산망­행정관리 모두“구멍”/신도시·조합주택부정 드러난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주택은­시청­국세청 “따로따로”/부정당첨 사후 색출도 어려워
집을 3∼4채씩이나 갖고 있으면서도 청약순위조작·위장전입등 수법으로 신도시와 주택조합 아파트를 불법분양받은 투기꾼이 무더기로 검찰에 구속된 사건은 일부 부유층에 만연된 한탕주의 투기심리와 현행 주택공급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 투기꾼은 수사과정에서 『남들도 다 하는데 우리만 구속하느냐』고 항변,내집 마련의 꿈을 짓밟힌 무주택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불법분양 유형=신도시아파트를 불법분양받은 사람들은 주택보유사실을 숨기고 순위를 조작하거나 주민등록지를 위장전입하는 수법을 써왔다.
구속된 차성순씨는 분당신도시아파트를 신청하면서 무주택자와 1가구1주택자에게만 부여되는 1순위자를 가장하기 위해 자신의 아파트·단독주택등 4채의 부동산보유사실을 숨기고 72평형아파트를 당첨받았다.
수사결과 차씨는 50평형 아파트 1채를 비롯,서울 당산동에 3층 상가주택등 수십억원 상당의 주택 4동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나금란씨도 자신의 명의로 4층 및 3층짜리 상가주택 2동과 단독·연립주택등 4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편 최모씨의 명의로 신도시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구속됐다.
시가 4억원 상당의 주택과 6층·4층짜리 복합주택 2채를 보유한 유경식씨는 89년 10월부터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의 주민등록지를 지난 1월 경기도 고양군으로 위장전입시킨뒤 5월 성사지구 48평형 아파트를 불법 분양받았다.
유씨는 총 공급가구수의 80% 이상을 지역주민에게 우선 공급토록한 주택건설촉진법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4채의 주택을 보유한 조영호씨는 무주택자만이 가입할 수 있는 뉴국제호텔 직장주택조합에 전 조합간부 정창섭씨를 통해 허위재직증명서를 발급받아 가입,조합아파트를 분양받아 구속됐다.
대왕사주지 김순식씨는 자연녹지내 공원용지로 형질변경이 불가능한 경기도 안산시내 임야를 매입한뒤 보령주택조합을 설립,함께 구속된 김금식씨 등을 통해 9백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해 조합비를 가로채는 전형적인 조합주택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점=정부는 주택 2백만호 건설을 추진하면서 무주택자 및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그러나 검찰수사결과 공급과정에 대한 행정관리가 허술해 일부 부유층의 투기목적 불법분양에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아파트 불법분양에 대한 관리는 주택은행이 재당첨자관련자료를,관할 시청이 재산세납부실적을,그리고 국세청이 부동산보유현황을 각각 별도 관리하고 있어 부정당첨의 사후 색출마저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세청의 전산자료마저 경인지역 및 전국 6대 도시의 81년 2월이후 부동산 거래실적만이 입력돼있어 완벽한 전산망구축 및 관련자료 통합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입주자공고일 당시 당해지역거주자를 우선공급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행 주택건설촉진법 관계규정은 투기목적으로 공고일 하루전에 주민등록지를 옮긴 사람까지 실거주자로 인정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어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주택조합관리도 현재 규제법규가 없는 주택조합사업 대행업자에 대한 신규입법추진을 통해 부당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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