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성격중시 경향 뚜렷/달라지는 대졸사원 채용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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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면접비중 갈수록 커져/「인턴사원 우선채용」 새 패턴으로 정착/채용규모 작년수준 이공계만 약간늘듯
올가을 대졸 신입사원 모집에서는 그룹차원에서 한꺼번에 사원을 뽑는 것보다는 계열사별로 필요한 사람을 골라 쓰는 방식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또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는 대신 면접을 두,세차례씩 하는등 「성적」보다 「성격」을 중시하는 추세다.
인턴사원제를 도입하는 업체도 1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4지선다형 필기시험위주로 그룹차원에서 일괄모집,각 계열사에 배분하는 형식의 전통적인 그룹공채는 크게 빛을 잃고 있으며 전형방식이 복잡해진만큼 취업을 앞둔 예비직장인들에게는 세심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각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이와 관련,『기업보다는 업종위주로 진로를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룹뿐아니라 계열사별 특징과 채용정보를 파악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계열사별 모집=고졸사원 및 전문연구인력의 경우 계열사별 채용이 이미 수년전부터 일반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대졸신입사원채용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방향전환은 ▲계열사의 덩치가 커지고 업종이 다양해짐에 따라 전문화가 요구되고 있고 ▲정부도 분산·자율경영방식을 유도하고 있는데다 ▲기업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의 회사선택권을 존중,이직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선경그룹의 한관계자는 『최근 조사결과 그룹일괄공채의 경우 1년이내 대졸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20%에 이르는데 비해 계열사별 모집은 5%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하고 『그룹에서도 일괄모집이후 소위 B급계열사에 배치돼 적응하지 못하는 똑똑한 사원보다는 능력이 떨어져도 자신이 선택한 직종에 적극적인 사원을 더 원한다』고 밝혔다.
해태·동국제강 등은 이미 신입사원채용의 전과정을 계열사가 주관하고 있고 럭키금성·선경·효성그룹등은 필기시험·서류전형 등은 그룹에서 주관하되 면접은 계열사별로 치르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의 경우 원서접수때 1,2지망계열사를 받아 그룹에서 필기시험을 통해 2배수 정도를 뽑은뒤 희망계열사별로 면접을 한다. 회사측은 『면접을 중시하는 추세를 고려할때 실질적인 채용권한을 계열사가 가진셈』이라며 『따라서 계열사별로 입사커트라인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취업예정자들이 사전에 지망계열사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장이 직접면접을 실시하는 동양·한국화약그룹등은 그룹면접외에 계열사별 면접을 별도로 실시할 예정이고 삼성·현대등 그룹공채방식을 유지하는 여타기업들도 채용규모선정 등은 계열사의 인력수급계획에 맡길 방침이어서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의 의사결정권이 계열사로 넘어가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계열사별 모집을 실시해왔던 삼미·한라그룹은 올해부터 그룹공채로 돌아섰다.
그동안 그룹규모에 비해 계열사의 지명도가 약해 우수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인턴사원제=80년대중반부터 도입돼 올해는 대우(1천4백40명) 럭키금성(7백50명) 기아(1백70명) 한국화약(1백명) 한진(1백28명) 이랜드(2백20명)등 10여개업체 4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대우는 올해 그룹공채예정인 1천명을 시험을 치르지 않고 모두 인턴사원중에서 뽑기로 했다.
나머지 기업들도 인턴사원 가운데 본인이 희망할 경우 신입사원으로 우선 채용하고 그숫자만큼 올가을 그룹공채때 채용규모를 줄인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인턴사원제도는 학교추천과 서류전형을 거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여름방학중 1∼3주동안 공장견학과 현장연수를 시킨다는 산학협동차원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인턴사원→정식사원」이라는 기업인력채용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인턴사원의 대부분이 서울대·연대·고대등 소위 명문대학 위주로 구성돼 일부에서는 『우수인력확보를 위한 편법모집』이라거나 『기타대학이나 지방학생들에 대한 공개경쟁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대우의 경우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올해 인턴사원채용때 사전에 서울대 지방학생을 6대 4,인문계대 자연계를 3대 7의 비율로 조정했고 이랜드도 학과제한없이 서울대 지방학생을 7대 3비율로 뽑는등 인턴사원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전형방법=필기시험은 2∼3배수를 뽑는 기준으로만 적용되고 면접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필기시험을 부과하는 그룹은 삼성·현대·럭키금성·롯데·쌍용·기아·한국화약정도 뿐이고 동국제강과 효성그룹은 계열사의 특성에 따라 영어시험을 치르는 정도다.
면접비중이 커짐에 따라 2차면접까지 치르는 회사도 크게 늘어 「실무부장단면접→계열사중역단면접→그룹사장단면접」이나 「그룹실무자(중역·부장)면접→그룹사장단면접」이 보편적인 형태가 되고 있다.
면접방법도 삼성·삼양그룹등은 응시자들에게 집단토론을 벌이도록 하고 있고 롯데·코오롱그룹등은 조단위가 아니고 응시자 1명씩 개별집중면접을 하는등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87년 대형노사분규이후 인성·적성시험도 강화되고 있는데 20대그룹의 경우 대부분 2∼3시간씩 걸리는 전문적성검사를 실시,그 결과를 토대로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한편 부서배치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채용규모=아직 하반기 채용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지만 대부분 지난해 수준이거나 자연계만 10%쯤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업종별로 경기가 엇갈려 전기 전자·제어계측 및 자동차 기계 및 최근대기업의 신규진출이 활발한 석유화학분야는 구직난속의 구인난을 빚는데 반해 건설·섬유쪽은 채용규모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분야는 증시침체와 정부의 금융인력절감방침에 따라 채용규모가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89년까지 4년동안 매년 3백명이상씩을 뽑았던 증권회사의 경우 대우(30명)·한신(15명)·쌍용(15명)증권만 채용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은행도 매년 2백∼3백명씩을 뽑아오다 금융시장개방을 앞두고 경영절감차원에서 50명안밖만 채용할 계획이다.
신설은행 및 증권사들은 점포확장에 따라 회사별로 30∼50명씩을 충원할 예정이지만 공채형식이 아닌 수시면접을 통해 충원할 것으로 알려졌다.<민병관·이철호·오체영·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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