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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초미니 섬나라 세이셸 찾는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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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중국 국가 주석이 30일 아프리카 8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그는 다음달 10일까지 카메룬.라이베리아.수단.잠비아.나미비아.남아공.모잠비크.세이셸을 차례로 방문한다. 2003년 주석 취임 후 세 번째이자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의 아프리카행이다.

후 주석은 이번 순방길에 아프리카 33개국이 중국에 진 채무 20억 달러(약 1조9000억원)를 탕감해 줄 예정이라고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아프리카에 도로.주택 등 인프라 건설자금 30억 달러를 싼 이자로 빌려주고, 무상 원조와 무이자 차관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후 주석의 이번 아프리카 '여행 경비'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초미니 국가까지 방문=8개 순방국엔 인구 8만여 명의 세이셸도 끼어 있다. 115개 섬으로 구성된 이 나라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16세기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발견된 이후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1976년 독립했다. 면적도 중국(960만㎢)의 2만 분의 1도 안 되는 455㎢다.

이 나라는 석유도 나지 않는다. 식량을 비롯한 일상용품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장 큰 기업이 참치통조림 공장과 야자 가공공장이다. 섬나라여서 자연경관은 빼어나다. 영국에서 독립한 바로 다음날 중국은 이 나라와 수교했다. 그리고 이듬해 원조를 했다. 최근 들어 경제 원조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이 나라의 정부 청사를 비롯해 주택 단지와 국립 수영장까지 지어줬다. 의료진과 체육.음악교사를 파견하는가 하면 우수 인재를 뽑아 중국으로 유학까지 시켜주고 있다. 이 나라의 재건사업을 몽땅 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인도양의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쳤을 때도 중국이 가장 먼저 나섰다. 당시 중국은 긴급 구호물품을 비롯해 21만 달러어치를 지원했다.

◆중국의 숨은 의도는=자원도 없는 세이셸에 중국이 이처럼 공을 들이는 데는 여러 계산이 깔려 있다. 먼저 외교력의 확장이다. 유엔과 같은 국제사회에선 이런 미니 국가도 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구애는 세이셸이 지니고 있는 지리적 가치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이셸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인도양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항공모함을 건조 중인 중국이 장차 대양해군으로 태평양을 넘어 인도양으로 진출할 때 세이셸은 아주 유용한 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나먼 인도양에 세계 전략을 위한 포석을 한 것이다.

공격적인 아프리카 자원 확보 활동에 대한 미국.일본 등의 견제를 누그러뜨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난한 소국을 사심 없이 돕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제3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제3세계 외교에 치중하는 대만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의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후 주석의 세이셸 방문은 명나라 때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세이셜군도 남쪽의 마다가스카르 섬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 환관 정화(鄭和)의 남해 원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 중국의 국력과 국제적 평등주의를 선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정화의 남해 원정=중국 남부 윈난(雲南)성 출신의 무슬림(이슬람교도)으로 명나라 환관이 된 정화는 성조 영락제의 명령을 받고 1405~1433년 일곱 차례 해외로 파견된 대선단의 지휘관을 맡았다. 수백 척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그의 선단은 난징(南京) 인근에서 출발해 홍콩~참파(베트남)~자바~말라카 해협~인도양의 실론(스리랑카)~콜카타(인도)~아라비아해의 예멘~아프리카 동부 연안에 이르는 긴 항해를 하며 가는 곳마다 중국의 위용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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